"올 어린이날에 애들하고 놀러가거나 선물은 고사하고 둘째 첫돌인 3일도 아빠없이 보냈습니다. "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지난 2월 정리해고된 최희치(33)씨와 부인 박현숙(33)씨, 큰 아들 순기(3),둘째 아들 민기(1)는 이번 어린이날에 헤어져 있어야 한다.

8년째 일하던 대우차를 그만둔 최씨는 지난 3월7일 대우차 재가동 첫날 출근하는 동료들이 탄 버스를 막다 현장에서 구속돼 2개월째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부인 박씨는 2월부터 대우차 해고자 가족대책위에서 시위현장에 쫓아다니다 지난달 10일 '폭력진압' 사태가 벌어진 시위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인천 사랑병원 입원실에 누워있다.

엄마-아빠가 함께 투쟁에 나서자 순기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고 아직 젖먹이인 민기는 사촌고모집에서 3개월째 지내고 있다.

박씨는 "한참 말을 배울 때인 순기가 '아빠 언제 오냐'며 물어볼때 끌어안고 울고 말았다"며 "민기도 밤에 자주 엄마를 찾는다는데 이렇게 누워 있으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기가 3일 첫돌을 맞아 대우차 해고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평 산곡성당에서 돌잔치를 벌였다. 최씨와 같이 일하던 조립부 동료들과 노조원들이 조금씩 돈을 걷고 가족대책위 아줌마들이 음식을 만들어 잔치상을 만들어줬다.

입원한지 한달만에 아들덕에 외출한 박씨는 "내년 어린이날에는 두 아들 손을 잡고 아빠가 다니는 대우차 조립공장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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