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케미칼 희망버스 기획단

올해 1월 폐업한 경북 구미산업단지 소재 스타케미칼 소속 해고자 차광호 전 금속노조 스타케미칼지회장의 고공농성이 넉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각계가 참여하는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적 압력을 통해 공장 재가동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노 갈등 부추겨 ‘저비용 구조조정’ 완료한 스타케미칼

지난 24일 저녁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스타케미칼 희망버스 기획단’ 주최로 ‘스타케미칼 희망버스가 남긴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회사가 폐업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노 갈등에 대안 원인분석이 주요하게 이뤄졌다.

스타케미칼 해고자 박성호씨는 토론회에서 “스타케미칼 자본은 화섬산업의 경기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관철하기 위해 친사용자 성향의 노조 집행부 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회사의 폐업방침에 대해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정서를 이용해 노동자 사이를 분열시키고, 이를 통해 손쉽게 구조조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비판했다.

박씨에 따르면 회사가 청산절차에 돌입한 뒤 현재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 전 지회장과 집행부가 사퇴하고, 새 집행부가 들어섰다. 새 집행부는 “이미 청산절차에 돌입한 이상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가 하면, 회사측이 공장설비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합의서에 서명했다.

박씨는 “노조의 분열을 조장한 회사측은 복수노조 설립이나 사설경비용역 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자산매각과 폐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전형을 보여 준다”고 토로했다.

“희망버스 같은 사회적 압력 통해 매각과정 개입해야”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생산해 온 스타케미칼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156억원·160억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 회사는 폐업을 강행하면서 전체 노동자 228명과 근로계약을 종료했다. 당시 새 집행부는 퇴직위로금 지급을 전제로 희망퇴직에 합의했다.

이 같은 비극의 시작은 광고 플렉스 원단 제조업체인 스타플렉스가 폴리에스테르 원사업체인 HK(옛 한국합섬)를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HK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공급과잉'이라는 화섬업계의 유탄을 맞고 무너졌다. 이런 상황은 국내의 다른 섬유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유로 국내의 원사업체들은 HK의 인수를 꺼렸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플렉스가 자산가치 평가액이 900억원에 달했던 HK를 399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했다. 하지만 스타플렉스는 화섬업계 불황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재매각을 결정하고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는 “업계의 상황을 볼 때 공장 재가동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희망버스와 같은 노동계의 연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며 “희망버스와 같은 조직화된 사회적 압력을 통해 매각과정에 개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용현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회원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이 지불능력의 한계나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구조조정 혹은 공장폐쇄를 감행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역사이자 경험”이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원조를 통해 자본의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한 국내외 사례를 수집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