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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의무화 발표를 보며고경섭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대표)
▲ 고경섭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대표)

지난달 27일 정부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가입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 노후소득 보장체계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퇴직연금 과연 제대로 운영되나

퇴직연금은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제정되면서 퇴직금 제도의 하나로 편입됐다. 1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퇴직금은 과거 노사가 맞부딪쳤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평균임금·근속기간 등의 쟁점도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없는 고난이도 문제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달랐다. 나는 지난 10년간 퇴직연금액의 산정방법을 묻는 상담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잘 운영되니 퇴직연금 상담이 없겠지’ 하고 퇴직연금에 대해 특별히 고민하지도 않았다.

퇴직연금 제도는 과연 잘 운영되고 있을까. 올해 초 어떤 노조의 통상임금 교육을 하다가 지나가듯 퇴직금과 퇴직연금 얘기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같은 임금과 관련한 영역이니 퇴직금과 퇴직연금 얘기를 잠깐하고 다시 통상임금 주제로 돌아오는 정도의 언급이었다.

그런데 교육 중간 쉬는 시간에 질문이 쏟아졌다. “퇴직연금에 성과급도 들어가나요?”, “식대는요?” 질문은 10년 전 퇴직금 상담을 할 때의 내용, 바로 그것이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젠장 ~.”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법을 찾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누구냐 넌

퇴직급여 보장법은 말 그대로 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퇴직연금도 퇴직급여 보장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퇴직급여 보장법 48개의 조문 그 어디에도 사업주가 법보다 퇴직연금을 적게 납입했을 때 노동자가 누구에게 어떻게 그 시정을 구하거나 청구하는지를 규정한 조문이 없다. 퇴직연금은 퇴직금 제도의 한 유형이고, 사업주는 평균임금이나 연간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퇴직연금 부담금에 대한 납입의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법률 해석으로 노동자의 청구권을 구성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통상 판례로 정립되지 않은 법률 해석은 또 다른 해석을 낳거나 새로운 쟁점을 파생시키곤 한다.

개별 사례로 들어가면 쟁점이 제법 존재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연금사업자(운영사)가 퇴직급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조문을 할애하고 있다. 즉 퇴직연금사업자(운영사)는 퇴직급여 보장법을 보고 퇴직연금 운용계획을 짤 수 있겠지만, 노동자는 퇴직급여 보장법을 다 읽고도 정작 내 퇴직연금이 법률보다 부족한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건 ‘퇴직급여 보장법’이 아니라 ‘연금사업자의 퇴직연금 운영법’이다. 나는 퇴직급여 보장법을 다 읽고, 다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

퇴직연금제도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

정부는 2016년부터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퇴직연금 의무화 발표에 이어 금융권에서 자사의 퇴직연금 상품광고가 쏟아지는 것을 보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퇴직연금사업자는 상품설명이 중요하겠지만, 노동자에게는 그 상품이 DC형이든, DB형이든 중요하지 않다. 아니, 퇴직연금 상품설명을 듣더라도 정작 퇴직할 때 어떤 것이 더 많은 퇴직금을 안겨 줄지는 알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복불복’의 선택이다. 그러나 사업주가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매년 퇴직연금으로 얼마를 납입하고 있는지와 납입금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부는 2016년부터 퇴직연금을 의무화한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될지 미지수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1~2년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는 퇴직연금 의무화를 발표하면서 “사적연금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는 그 내실화는 DB형·DC형,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뭔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급여 보장법에 노동자의 권리를 집어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퇴직금은 노동자의 권리이지 사용자의 은혜가 아니다.

고경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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