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와 함께 손꼽히는 노동현안은 노동시간단축이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판례가 굳어지면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던 것처럼,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결은 노동시간단축 논쟁을 촉발했다.

경기도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원들이 제기한 휴일·연장근로수당 지급 청구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리든, 노·사·정 간 논의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동시간단축 방안을 마련하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이라는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준 근로시간과 시행시기,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여부,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등의 쟁점만 남아 있다.

그런 가운데 노동법 전문가들이 노동시간단축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노동법이론실무학회(공동회장 박종희 고려대 교수·주완 법무법인 광장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고려대 CJ법학관에서 ‘근로시간단축의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성격 다른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수당도 달라야”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가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쟁점이 되는 이유는 실근로시간 단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휴일근로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 중첩지급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과)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고 수당의 중첩지급을 인정한 최근 법원 판례에 동의했다. 다만 휴일을 제외한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했다.

박 교수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일한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휴일근로는 휴일근로 성격과 연장근로 성격을 모두 갖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휴일을 제외한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해석을 내렸다. 근로기준법에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을 주도록 했기 때문에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휴일근로는 가산금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연장근로 성격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이런 주장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별개라는 점을 전제로 했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계약 당사자 간 합의를 조건으로 하는 연장근로와 일할 의무가 없는 휴일에 일을 시키는 휴일근무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입법화 과제로 휴일근로에 대한 보완을 강조했다. 그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당사자 합의를 요구하면서도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중요한 입법적 결함”이라며 “나아가 근로자의 휴일권 보장을 위해 휴일근로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간주할 경우 휴일의 기준을 법정공휴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상호 경상대 교수(법학)는 “근로기준법의 휴일근로는 (휴무일이나 약정휴일이 아닌) 주휴일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주휴일에 대해서는 유급으로 휴일을 보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근로를 금지시키는 원칙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익 공인노무사(국제공인노무사사무소)도 “연장근로 한도에 휴일근로시간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경우 휴일근로 할증임금의 지급대상은 법정휴일로 명문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처럼 신의칙 적용해야”

현재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와 수당의 중첩지급 여부에 대해 대법원에 계류된 사건은 4건이다. 성남시 환경미화원과 안양시 환경미화원들이 제기한 사건이 각각 2건인데, 이 중 성남시 환경미화원 관련 사건 1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법원이 2심에서 "수당을 중첩해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해당 사건들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신의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갑을오토텍·한국지엠 통상임금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판례가 이어지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가서 신의칙이 등장한 사례를 떠 올리게 한다.

굵직한 노동사건에서 주로 사용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아이앤에스(I&S) 법무법인의 조영길 변호사는 “대법원이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는 경우 오래 유지돼 온 대법원 판결 법리를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와 노동자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판결인 만큼 △근로기준법의 제정과 개정 과정에 나타난 휴일근로·연장근로의 의미 △기존 대법원 판단의 적법·유효성 △선진국과의 비교법적 검토 △법리의 변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조 변호사는 특히 휴일·연장근로수당 중첩지급의 경우 대법원이 통상임금 판결에 적용한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임금에 대해서는 신의칙 잣대를 들이밀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노사가 합의해 온 만큼 지나간 임금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91년 휴일근로 중 8시간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하면 되고,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해서만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첩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도 마찬가지다.

조 변호사는 “대법원에 계류된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 노조와 근로자들은 회사에게 휴일에 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해 지급하라고 이의를 제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런 관행과 달리 휴일근로가 근로의무시간 제한규정에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전국의 상당수 기업들이 별안간 범법자가 되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 행정해석과 노사 간 합의 등에 따른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 지급과 관련한 신뢰는 보호돼야 하고, 이에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들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 근기법 규정에 대한 올바른 법해석을 위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한 판단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주52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제한할 경우 연장할증률을 50%에서 25%로 축소하는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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