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식 변호사(법무법인 안민)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구단7318 요양불승인처분취소

1. 사건의 개요


박아무개씨는 1985년 10월4일 광명시 소하1동 781 소재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2012년 9월11일까지 약 27년간 회사의 소하리공장에서 근무했다. 박씨는 9월11일 당일 낮 12시10분 차체 2부 체력단련장 내 정수기 옆에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정지·급성심근경색·저산소성뇌손상의 진단을 받고, 관상동맥 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박씨는 같은해 12월12일 이 같은 질환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13년 1월30일 ‘박씨의 업무내용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과로의 소견이 없고, 업무(반장으로서의 역할, 부분파업에서의 감시 업무, 승진 누락 등)와 연관된 스트레스의 증가는 부분적으로 인정되나 이 같은 질환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돼 신청한 질환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업무상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됐다고 봐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발병 전 3개월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지는 않으나, 27년 동안 일주일을 기준으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 왔는데, 주야간 교대근무가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고 신체에 많은 부담을 주는 근무형태인 점, 원고의 근무시간 중 절반 정도가 야간에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야간근무 중 원고 스스로 업무를 조절한다든가,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점, 이 사건 병 발병일 2달 정도 전에 원고는 조장에서 반장으로 승진했는데, 7명의 조원을 감독하다가 23명의 반원을 감독해야 하는 업무로 업무내용의 변경이 있었고, 후임 조장의 추천문제로 기존 조원들의 불만이 많아 7월에는 설득작업을 위한 면담을 지속적으로 시행했으며, 8월에는 임금협상을 위한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원고는 회사의 지시로 같은 동료들을 감시하고 결근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등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건강검진 결과 혈압이 조금 높고 이상지질혈증 관리를 요했으나 정상범위 내에 있었고, 심장과 관련된 특별한 기왕증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급성심근경색에 취약한 52세의 중년이기는 하나 업무로 인한 만성적인 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 사건 발병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업무와 이 사건 병들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박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3.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원고가 회사 내에 마련된 체력단련장 내 정수기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당시 심장정지·급성심근경색·저산소성뇌손상이 발생했는데, 사고의 원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것인지, 체력단련장에서 급격한 운동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지병이 업무와 연관성 없이 발현된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원고가 체력단련장에서 운동 중 재해를 당했다면 대법원은 회사 내 체력단련장에서 운동 중 재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업무의 특성상 업무의 원만한 수행을 위한 체력유지보강활동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어 업무의 준비행위이거나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 보고 있으므로,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원고는 재해 경위가 확실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의 질병이 평소 과중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원고는 발병 3개월 전의 업무량에 비해 발병 2개월 전에는 회사 직원들의 부분파업으로 인해 업무량이 상당히 줄어들어 재해시점 부근의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현행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기준에는 부합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원고는 단순히 작업시간 과다 주장이 아닌 27년간 주야간 2교대 근무와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등을 지속적으로 해 온 점, 승진누락에 따른 스트레스와 승진 후 직원 간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았던 점, 승진 후 업무증가와 관리자로서 파업에 따른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입증해 이 사건 재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

4. 판결의 의미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법원이 ‘야간근무는 주간근무보다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법원은 개인의 질병이 야간근무 등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자연진행경과보다 급속히 악화된 경우에도 주간근무와 야간근무의 구분 없이 근무한 시간의 총시간과 과중한 업무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야간근무가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고 신체에 많은 부담을 주는 근무형태이므로 27년의 기간 동안 계속해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한 것에 대해 과중한 업무의 누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박씨가 이 같은 질환을 앓는 것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업무과중의 범위를 다소 확장했다.

5. 평가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 입장에서 다소 긍정적인 판례로 야간근무 및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앞으로 비슷한 재해를 입을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산업재해로 인한 요양급여청구와 관련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의 증명이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주된 질병의 발생 원인으로 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야간근무로 인한 근로자들의 노동강도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 것인지를 인식하고, 이러한 누적된 노동으로 인한 재해에 대해서는 좀 더 관대하게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앞으로 야간근무 및 주야간교대로 근무한 기간이 어느 정도일 때 산업재해로 인정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를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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