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22 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김기덕의 노동과 법
위헌이 아니라면-헌법재판소의 통상임금 합헌결정에 부쳐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위헌이 아니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이었으니 지난 9월5일 오후였다. 통상임금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고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결정의 의미를 내게 물었다. 그 전화를 받고서야 나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서 지난해 사용자들과 그 대리인들이 근로기준법 통상임금규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었던 일이 떠올랐다.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빛바랜 기억 속에서 잊혀 있었다. 위헌 결정이 선고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없었다. 대법원 공개변론과 전원합의체 판결, 고용노동부 지침, 단체교섭과 쟁의 등 그 사이에 높고 험한 봉우리들을 넘어오느라고 깜빡하고 말았나. 그렇게 잊힌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소식으로 기억에서 되살아났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통상임금이 위헌이 아니라고.

2.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 지급토록 한 근로기준법 제56조 위헌소원사건에 관해 이렇게 결정했다. 살펴보니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기 1주일 전에 이미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이 결정한 거였다. 삼화고속·한국지엠 등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 56조 중 ‘통상임금’ 부분의 의미가 불명확해서 헌법에 위반한다며 제기한 사건에서였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던 2013년 6월, 위 사용자들은 통상임금사건을 재판하던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사용자에게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그 법률조항만으로는 통상임금의 개념, 내용과 범위 등을 알 수 없어서 어떤 급여나 임금항목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사용자들은 청구 이유서에서 주장했다. 이에 관해 2014년 8월28일 헌법재판소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결정을 했다(헌재 2014. 8. 28 선고 2013헌바172 결정).

3. 헌법재판소는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지급하기로 예정한 일체의 금품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소정근로는 근로하기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하는 근로이므로 당연히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노동자가 법정근로(소정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이라고 봐야 한다. 통상임금의 50%를 가산 지급하도록 정한 법정수당이 법정근로(소정근로)를 초과한 연장근로 등의 대가 임금이다. 이는 법정근로를 초과한 장시간근로를 규제하고 보상하기 위해 법정근로(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을 기준으로 해서 이를 가산 지급하는 임금이다. 당연히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임금이라고 해석돼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나는 주장해 왔다. 이렇게 본다면 근로기준법 56조 통상임금은 명확하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도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 체결시 미리 법정근로시간의 한도 내에서 ‘소정(所定)근로시간’을 정하고 이를 근로계약 체결시 명시하도록 하고,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은 그 명칭과 관계없이 ‘임금’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지급하기로 예정한 일체의 금품”이고, “이러한 금품의 명칭이 기본급인지, 수당인지, 또는 상여금인지 여부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 중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내 주장과 다르지 않다. 여기까지 근로기준법 56조 통상임금의 의미는 명확하다. 명확해서 도대체가 위헌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여기에 덧붙였다. “근로의 종류 및 형태에 따라 소정근로의 내용이 각기 다르고, 사업장마다 임금의 지급 조건 및 명칭이 매우 다양하므로, 무엇이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법률에서 일률적으로 정해놓기는 곤란하고, 구체적 사례에서 해당 근로의 특수성, 개별 근로계약 및 단체협약의 내용, 해당 사업장에서 임금의 실질적인 지급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한 대법원 판례의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 통상임금을 축소하고 말았다.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기만 하면 통상임금이니 명확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덧붙이면서 통상임금은 더 이상 법정근로(소정근로)의 대가 임금이 아니게 되고 만다. 어찌어찌 법원 판례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구체적으로 유형화해서 불명확성을 극복하더라도 법정근로를 초과한 장시간근로를 규제하는 법정수당의 기준임금으로서 통상임금제도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사용자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속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 도주할 것이다. 소정근로(법정근로) 시간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이라도 제외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지난 1월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발표 이후에 대한민국 사용자들이 벌여 온 일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고정성 등이 해당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일정 근무일수, 재직 조건 등 지급조건을 추가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수십년 동안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법적 투쟁으로 확보한 노동자권리는 이렇게 짓밟히고 있다. 이것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에서 대법원 판례가 파악함으로써 예정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한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거기에 이르고 말았다.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의 일부만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부당한 대법원판례의 법리를 아무런 비판 없이 수긍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4. 어쨌든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으니 근로기준법 56조를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이제라도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지급치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십만 사업장들을 고용노동부는 낱낱이 실태조사하고, 검사는 사용자들을 기소해서 처벌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 일선 행정관서는 사업장별로 장래는 물론 소멸시효가 도과되지 아니한 과거 3년분까지 지급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동행정을 펼쳐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56조를 위반한 사용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109조 1항). 사법처리할 사용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근로감독관·검사 등 노동행정·수사기관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할지 모른다. 근로기준법 56조 위반의 죄는 고소를 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다. 그러니 피해 노동자의 고소장 제출을 기다릴 필요없이 곧바로 근로감독관·검찰 등 국가기관은 입건해서 형사처벌에 나서야 한다. 다만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사용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니(근로기준법 109조 2항) 해당 사업장의 피해 노동자들이 그런 의사를 밝힌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때도 해당 사업장 노동자 모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탄원할 때만 처벌을 면해 줘야 하는 것이고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그런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사법기관은 사용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렇게 권력이 법대로 법집행을 한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교섭과 쟁의에 쏟는 노사 간의 시간과 노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법대로 처벌에 나서기만 하면 사용자들과 정부가 외쳐온 생산성 향상, 국민경제 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하게 된다. 나라 경제를 회복시킬 호기라고 할 수 있다.

5.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서 상여금이 근로기준법 56조의 50% 가산임금의 지급기준인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되고,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서 그 근로기준법 56조의 통상임금 부분이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됐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상여금을 포함해서 통상임금을 산정하여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노동자권리 보장에서 당연한 명제가 되고 있다. 상여금 지급기준을 내세워 현대자동차 등 일부 사업장에서 사용자들이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해야 하는 임금이고, 그것은 법이 아니라도 단체협약으로는 보장받아야 할 당연한 노동자권리이다. 따라서 사업장의 상여금 지급기준을 핑계로 주저하는 사용자를 상대로 요구해서 쟁취하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일이다. 그것으로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는 일체 임금이 통상임금이라고, 노동자권리라고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명확히 재확인받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개념적 징표로 불분명하게 덧붙임으로서 제한해 버린 노동자의 권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근로기준법 56조 통상임금이 위헌이 아니라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일체 임금이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56조 통상임금이 위헌이 아니라면 법정근로(소정근로)를 하기만 하면 지급하는 임금 모두는 통상임금이라고 정의돼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