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87%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이 같은 암담한 인력 현황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우리를 더 놀라게 한다.

최근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인천공항 인력운영조직 개선방안'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항공수요 축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현재의 비인간적인 간접고용 방식을 더욱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인천국제공항이 즐거운 여행객들의 웃음소리가 아닌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의 울음과 절규로 채워질 것이 뻔하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전자입찰시스템에는 '2014 대테러 종합훈련 위탁용역'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그동안 공사는 87%에 달하는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로 나눠 직접고용·간접고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혀 왔다. 그렇다면 비상시를 대비한 항공기 사고 훈련이 비핵심업무라는 말인가. 업무를 핵심과 비핵심으로 나눠 직접고용·간접고용으로 나뉜다면 87%가 간접고용 노동자인 인천공항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업무는 비핵심업무로 분류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립서비스이긴 하지만 임금인상 유도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런데 일선 공기업에서는 대통령의 공약과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기업이 노동자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면 이들의 월급은 사업비에 포함된다. 만약 이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이 비용은 인건비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핵심 부서들은 공기업의 사업비에는 관대한 반면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총액인건비제'를 통해 철저히 감독하고 있다.

인건비를 사업비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외형적인 인건비 절감을 하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성과금을 높여 주지만, 인건비가 늘어나면 경영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주고 성과금과 경영자율성을 박탈해 가는 것이다.

즉 앞에서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립서비스를 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공기업이 사업비 방식으로 간접고용을 유지할 경우 당연하게도 용역업체에 이윤과 관리비를 줘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정부 산하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면 용역업체에 줘야 하는 비용이 줄고 직접고용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정부가 공공기관의 낭비와 비효율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업비 지상주의'가 항공기 사고 대비 훈련 같은 안전업무마저 하청업체에 맡기는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노동법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사기업들에게 노동자 차별의 모델이 되고 있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우리는 사업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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