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 어버이들이 세종로 네거리 옆 인도에 모였다. 왼쪽 가슴에 손 얹고 국기 앞에 맹세했다. 모자 쓴 참전용사는 거수경례를 잊지 않았다. 클라우드컴퓨팅법이며 원격의료법 따위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읊었다. 주옥같았다. 주름진 목에 핏대 높이 솟았다. 세월호 특별법 때문이라고 했다. 유가족 선동세력은 지옥 가라고 호통쳤다. 가사 장삼 차림 승려가 팻말 들고 그 앞을 오갔다. 커다란 스피커는 광화문광장 쪽을 향했다. 거기 세월호 유가족들이 돌바닥을 기었다. 서명 뭉치 들고 청와대를 향했다. 삼보일배 행진이었지만 경찰 앞에 막혔다. 바짓가랑이 사이를 뚫고 엄마가 뛰었다. 목에 건 딸아이 학생증이 덜렁거렸다. 멀리 가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둘러싼 경찰은 고개 숙였다. 분주히 울리던 무전기 속 명령이 단호했다. 지옥 같다고, 어느 아빠가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