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임기를 마치고 나면 누구나 말뿐이 아닌 실천하는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정말로 조합원을 위한 일꾼이었다고 인정받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지난 27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 강정구(47·사진) 순천향대 서울병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올해 6월 위원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해 조합원 87%의 찬성으로 당선됐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서울과 부천·구미병원을 기반으로 한 순천향대중앙의료원노조가 있는데,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서울병원노조가 설립됐다. 부천·구미·천안병원에도 개별노조가 있다.

서울병원노조는 직원의 60% 정도가 가입한 교섭대표노조다. 강 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한남동 서울병원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조합원을 섬기고, 조합원과 함께 어울리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모범사례 만들고 싶어”

강 위원장이 서울병원을 화합의 일터로 만들기 위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실제 환자를 대면하고 병원운영에 중요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이 단기계약직으로 고용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노조가 파악하고 있는 서울병원 비정규직 규모는 150여명이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1천여명인 점을 볼 때 비중이 작지 않다.

"예전이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했던 채혈사나 주사실 외래간호사가 모두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어요. 이런 시스템은 구성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듭니다. 여러 병원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모범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 위원장은 해당 사업이 노조의 사회적 역할과 조직력 강화에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목표로 세운 것이 이들을 노조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오는 일이다.

현재 단계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취임 후 그가 병원 경영진에게 우선적으로 요구한 것도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이다.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힘들면 최소한 무기계약직 전환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사측과 고용 의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협의체 가동에 뜻을 모은 상태다. 하반기에 협의를 본격화한 후 임기 중 무기계약직의 노조 가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여러 병원들이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내몰고, 계약직을 외주로 돌리는 고용유연화 행태를 심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충원 호소하는 조합원들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 1순위는 노동강도 완화다. 강 위원장은 얼마 전 노조 사무실에 찾아온 한 조합원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위원장님, 다른 것은 몰라도 출퇴근 시간만은 꼭 지켜 주세요.” 조합원이 그에게 다짐처럼 건넨 말이다. 환자 상태와 복용 약물 등을 인수인계하는 것이 중요한 간호업무의 특성상 간호사는 주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가 잦다. 서울병원의 경우 이브닝 근무 간호사의 퇴근시간은 밤 10시30분이다. 그런데 퇴근이 늦어진 간호사에게 병원이 지급하는 택시카드의 평균 체크 시간대를 노조가 분석해 봤더니 다음날 오전 1시를 넘었다. 2시간 이상 초과노동이 예사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을 해소할 방안은 인력충원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산정기준에 따르면 서울병원의 간호등급은 3등급이다. 병상수 대 간호사수로 등급을 정한다.

“최소 2등급은 돼야 조합원들이 대가 없는 초과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어요. 내년 1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환자와 인력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병원측에 구체적인 인력충원 규모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임금인상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병원노조는 5월부터 상급단체가 같은 순천향대 천안·부천·구미병원노조와 통상임금 교섭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이달 들어 교섭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재직자 요건’에서 노사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복지를 하나씩 쌓아 가는 것도 그가 집중하는 분야다. 예컨대 직접 발로 뛰면서 병원 인근 식당·노래방·미용실 등과 10~20% 할인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강 위원장은 “이렇게 할인받는 금액이 1년에 1억2천만원 정도인데, 임금인상 총액이 7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라며 “음식점 할인처럼 소소한 복지를 많이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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