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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죽이는 기업은 이 사회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박혜영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최근 3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입니다. 지난 11일과 19일 대우조선해양과 23일 현대중공업에서 잇따라 사망소식이 들렸습니다. 슬픔을 넘어 사실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두 회사는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아 노동건강연대가 고발까지 했거든요.

작은 사회단체의 고발로 무언가 크게 바뀌길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같은 회사에서 계속 사람이 죽는데 이렇게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을 수 있나 싶습니다.

정부에 묻습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맞지요?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에 “노동부 선정-조선업체 안전보건 최우수 사업장”이라고 쓰여 있던데, 정부가 관리하는 안전보건 영역에는 ‘사람’이 없나 보죠?

검찰에서는 사람이 일하다가 죽임을 당하는 ‘살인’을 왜인지는 모르지만 공안부서에서 담당하고, 법원은 검찰이 구형을 적게 해서 어쩔 수가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글쎄요. 뭘 하시나요. 그 넓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산업안전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럼 뭘 못하시겠군요.

기업에게 묻습니다. 조선산업은 특히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비율이 높다고 스스로 낸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던데, 그렇게 사람을 위험으로 끊임없이 내몰면서 만든 배가 자랑스럽나요. 올해 이미 8명의 노동자가 숨진 현대중공업, 아니 이제 9명입니다. 5월에는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조선소 앞에 세운 분향소마저 철거했다지요. 도시 경관을 해친다고요.

2010년과 2011년 살인기업 2관왕 대우조선해양, 혹시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요? 살아서도 가장 위험한 일을 했을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나요?

이 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악질 범죄 아닌가요. 회사는 사고 가능성과 위험성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가 와도 용접을 시키고,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그물망 하나 설치하지 않는다면, 살인 아닌가요. 왜 이런 살인자들이 버젓이 한 해에 수십조원씩 벌게 그냥 두는 거죠. 아, 제가 좀 흥분했습니다. 진정하고.

일하다 죽는 노동자만 한 해에 2천명, 10년이면 2만명입니다. 직장을 넘어선 죽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바다에서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죽음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인생이 사라지는 참사입니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노동건강연대는 10년 전부터 ‘기업에 의한 살인’을 처벌하자는 운동을 해 왔습니다. 기업살인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같은 이름의 법이 시행 중입니다. 규정을 어기거나, 안전장치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시켜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처벌하자는 취지입니다.

기업에 큰 타격을 준다고 천명하는 순간, 회사는 스스로 안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영국에서도 이 법의 위력이 막강하다고 하더군요. 영국에 갔을 때 기업살인법 질문을 하니 한 교수님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습니다. 영국의 산재사망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인 기업은 스스로 안전을 챙기지 않습니다. 제도를 통해 안전이 이윤보다 앞에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안심하고 살아갈 사회로 가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고, 쉬이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고가 기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 행위를 사회가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이윤을 많이 얻는 자에 대한 처벌이나 불이익을 고민해야 합니다.

유병언씨 일가를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은 상징적입니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로 만들어지는 그 현장의 기본, 그곳에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고가 예방될 것입니다.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맹목적인 이윤추구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 사회가 불안하지 않도록 제도 변화가 절실한 요즘입니다. 아, 획기적인 변화는 기존 질서를 위협한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 기존 질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지 꼭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박혜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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