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분리해 독립기구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재심의위에 금융위원회나 감사원의 입김이 작용할 정도로 제재 주체가 모호하고, 검사 역할과 판사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제재심의위가 ‘원님재판’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센터는 21일 ‘금융회사 및 그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제도개편 제안’ 보고서에서 “현행 제재심의위를 폐지하고 (가칭)금융제재위원회를 금융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법률상 제재기구로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역할을 하는 제재 기능을 감독이나 검사 기능과 분리하면 징계 권한 배분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벌이는 다툼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센터의 제안은 제재심의위를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의 제재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센터는 보고서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 분담이 불명확하고 일관성이 없어 유사한 금융기관인데도 제재 담당기관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원회법)이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에 제재 권한을 부여하면서 생긴 문제로 분석됐다. 현재 중징계의 경우 금감원장의 건의에 의해 금융위가 결정하고, 경징계는 금감원이 내린다.

센터는 “제재 기준이 모호해 사회 분위기나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기 쉽고, 제재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KB금융지주·은행 관련 제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제재 권한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이 지속되고, 감사원이 최근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금융위와 다른 해석을 내놓는 방식으로 제재 절차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부원장이 제재심의위 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가부 동수인 경우에 직접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탓에 ‘원님재판’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검사와 판사 역할을 모두 맡는다는 이유에서다.

센터는 제재심의위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제재사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처럼 지나치게 넓게 정의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제재는 사법적 절차가 아니지만 금융회사와 그 임직원의 권익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며 독립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금융제재위원회를 신설하면 제재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제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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