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통합을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고, 노조 집행부는 삭발했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근용)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외한은행 본점 앞에서 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조기합병 분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는 삭발식도 이어졌다. 김근용 위원장을 비롯한 지부 의장단 3명이 삭발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 19일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다.

두 은행장이 조기통합을 공식화한 것이 외환은행지부의 반발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지부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직원들의 입장과 무관하게 조기합병 강행을 천명했다”며 “말로는 대화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합병작업을 계속 진행해 왔다”고 비판했다.

김근용 위원장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화의지를 보여 준 적이 없다”며 “어떤 협의도 없이 조기합병을 선언했고, 입으로 대화를 하자면서 직원들을 협박해 노조에 반대하고 동지를 배신하라고 강요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경영진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 6급으로 전환하겠다는 지난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반년간 합의 이행에 그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던 은행측이 조기합병 선언으로 전쟁상황이 발생하자 마치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처럼 직원들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부는 은행측이 조합원들의 집회 참석을 조직적으로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부 관계자는 “임원과 영업본부장들이 집회 참석자 명단 제출을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집회를 방해했다”며 “노조활동 방해에 대해 형사고발을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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