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이 전근대적인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조합원을 협박하거나 노조간부를 회의에서 왕따시키는가 하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빼내 사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무금융노조 HMC증권지부(지부장 노명래)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HMC증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MC투자증권에서 노조사찰과 집행부 탄압, 노조탈퇴 강요행위를 대대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은 올해 4월 노조가 설립된 뒤부터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노조가입을 막는 데 집중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조합가입 여부를 확인하겠다”거나 “(노조 인터넷카페에 방문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접속기록을 확인하겠다”는 막무가내 식 부서장들의 협박이 이어졌다.

이어 조합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발령을 낼 수도 있다”며 노조 탈퇴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회사가 갑이다. 갑의 횡포에 함부로 당하지 말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지부는 “회사의 탄압 때문에 실제로 1개 지점에서는 모든 조합원이 탈퇴했다”며 “노조활동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흔들기는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됐다. HMC증권은 7월 253명을 희망퇴직 방식으로 내보내고 지점도 38곳에서 15곳으로 줄였다.

지부 집행부를 탄압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노명래 지부장은 설립 당시 발표한 성명이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소되는 등 5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이달 들어 취임한 수석부지부장은 취임 사실을 공개하자마자 쓰던 컴퓨터의 내장하드를 뺏기고, 근무하는 자리도 팀장 앞으로 강제 이동했다.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부는 회사측이 압수한 하드디스크를 통해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상태다. 연차휴가를 내고 피케팅을 했던 지부 사무국장 역시 ‘근무지 이탈’로 징계 위협을 받고 있다.

노 지부장은 “고용노동부는 HMC투자증권의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HMC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노조탄압 행위는 없었다”며 “(지부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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