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3헌바171 근로기준법 제33조 위헌소원

1. 사건의 경과

청구인인 P사가 소속 노동자 3명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자 해당 지방노동위원회는 각각 1천500만원, 1천8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P사는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소송에서 근로기준법 제33조 제1항, 제5항의 이행강제금 제도가 위헌이라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이다.

2.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이행강제금은 형벌이 아니라, 장래의 의무이행를 확보하기 위한 강제수단일 뿐이므로 확정된 구제명령 위반에 대해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제111조와 관련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산권 침해여부에 관해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노사 간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있고 △이행강제를 부과해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되며 △부당해고가 장기화될 경우 근로자는 생계곤란으로 원상회복을 위한 법적 쟁송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고 한편 사용자는 이행강제금과 같은 강제수단이 없다면 분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크지 않아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지연할 개연성이 크다.

이행강제금의 크기도 부과된 이행강제금을 사용자가 비용에 산입해 구제명령에 위반되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을 단념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정도의 금액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2천만원 한도, 연 2회, 최대 2년이라는 한도는 과도한 제재로 볼 수 없다.

부당해고 등에 대한 구제명령은 근로자의 원직복직과 같이 비대체적 작위의무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입법자가 간접적 강제수단인 이행강제금 제도를 택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췄다.

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구제명령이 적시에 이행되도록 함으로써 부당해고 등을 당한 근로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노사 간의 분쟁을 조기에 해결해 국가 경제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이행강제금을 납부함으로 인해 받게 되는 재산권에 대한 제한보다 중대하다.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근로기준법 제33조 제1항, 제5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3. 판결의 의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2007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에게 부과한 이행강제금은 총 166억원이다. 2007년 9.1%에서 2008년 31%, 2009년 33.2%, 2012년 46.7%의 구제명령 미이행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그만큼 이행강제금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못하고 차라리 돈을 내고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공기관이 6년간 세금으로 이행강제금 12억원을 납부한 것이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이행강제금만 6억원을 납부하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것을 볼 때 대기업에는 이행강제금 제도가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33조에 규정된 부당해고 구제명령에 대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구제명령을 했음에도 정해진 기간 안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부과되는 것이다. 구제명령은 공법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구제명령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구제명령을 일정기간동안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부과되므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현 제도는 그 금액도 2천만원 한도로 연 2회, 2년까지만 부과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는데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구제명령이 취소되면 이미 납부한 이행강제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의 내용에 비춰 보면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결정한 것은 당연한 결론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몇 가지 의미 있는 판시를 통해 이행강제금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종래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지만 이행강제금 제도와 같은 제재는 장래 이행의무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형사제재와 같이 부과되더라도 이중처벌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당해고를 제한하기 위해 부당해고 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이행강제금 제도의 취지에 대해 소송기간이 장기화될 경우에 노동자는 생계곤란으로 이를 포기할 수 없는 반면, 사용자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조속한 복직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행강제금의 크기에 대해 “금액이 적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부과된 이행강제금을 비용에 산입해 구제명령에 위반되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을 단념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의무를 이행하게 할 정도의 금액일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경우는 현재 2천만원 한도는 금액이 낮아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의무를 이행하게 할 금액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해가 갈수록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더라도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금액의 상한을 높이고, 부과 횟수나 연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승소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러나 민사소송으로 부당해고를 다투는 경우 1심과 2심에서 부당해고로 판단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 1심과 2심에서 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하고, 노동자가 승소한 경우에도 구제명령과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노동위원회에서 패소했더라도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경우에 사용자가 불복하면 2심, 3심까지 상당히 장기간 분쟁이 지속돼 노동자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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