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정부가 채무재조정과 금융지원 업무를 통합해 서민의 금융생활 전반을 지원하겠다며 설립을 추진 중인 서민금융총괄기구(서민금융진흥원)가 전문가들의 비판에 휩싸였다.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서민금융 총괄기능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휴면예금관리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국민행복기금을 통합해 설립된다. 지역 신용보증기금이 취급하는 햇살론의 개인보증 기능도 진흥원으로 이관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종합상담을 통해 연체자에게 맞춤형 채무조정을 하고, 햇살론 같은 서민금융 지원상품을 대출하거나 제도권 금융기관 상품을 알선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른바 서민금융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박창균 교수는“정책적 사항이나 업무 방법, 기타 부수적 업무를 진흥원이 통합적으로 수행하겠지만 행정적인 통합일 뿐 수요자 편의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지금처럼 신용회복위와 자산관리공사에서 채무재조정 업무를, 미소금융재단이나 금융기관 창구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대출기관과 채무재조정 기관의 통합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 정부가 명확한 근거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기구지만 정부 중심의 지배구조와 예산을 볼 때 사실상 공공기관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흥원 설립계획이 퇴직공무원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기존 금융원리와 사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정책”이라며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진흥원이 불특정 다수에게서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은행업 면허도 없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위법적인 기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흥원이 민간기구지만 국가를 상대로 자료제공·협조 요청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는 “서민금융총괄기구가 신용을 공급하는 서민금융기능뿐 아니라 채무조정기능까지 모두 관장하게 된다”며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돈을 빌려 준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채무조정을 하는 복지의 관점에서 빚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기꺼이 탕감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금융 역할과 채무조정 역할을 한 기관이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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