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문제로 회사측과 갈등을 겪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이달 22일 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노조는 이기심을 버리고, 회사는 편한 길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의 이윤이 2·3차 협력업체로 흘러갈 수 있도록 연공급제를 손질해 고용형태나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국회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갈피를 잡지 못한 임금체계 개편의 해법을 현대차 노사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한 셈이다.



◇"현대차, 간접고용 확산·소득격차 논의해야"=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10년을 고용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하나는 직접고용이 줄면서 하도급 같은 간접고용이 증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간 근로조건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첫째는 대기업 정규직노조가 자기중심적인 노동운동을 하고, 둘째는 호봉제 중심의 연공서열적 임금체계가 여전하며, 셋째는 임금체계를 바꾸고 바람직한 고용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기업들이 간접고용이라는 편한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노사 담합구조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장관은 특히 현대차 노사관계를 언급했다. 노동시장의 두 가지 문제, 즉 간접고용 확산과 원·하청 격차 확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기업이 현대차라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지부의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장관은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만 공방을 벌였지, 간접고용 확산에 따른 일자리 질 악화나 소득격차 확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를 벌인 적이 없다”며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에는 현대차 노사에 던지는 국민의 메시지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또다시 나온 '노조 양보론'=이 장관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통상임금·노동시간·정년연장 같은 노동시장의 질적 전환을 요구하는 묵직한 현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일부 기업 노사가 정년을 늘리면서 임금피크제를 우선 도입하는 등 고민한 모습을 보였지만, 새로운 고용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며 “통상임금·근로시간·정년연장 문제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올해 임단협이 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대기업 정규직노조가 자기 욕심만 채우는 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원청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그 성과가 협력업체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청의 임금인상이 협력업체에 단가인상 압력으로 작용해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끊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청의 임금인상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원·하청 불공정거래 관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조 양보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 장관의 발언이 현대차지부의 파업을 나흘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노조는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의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 장관은 현대차 회사측을 향해서는 “간접고용 같은 편한 길 대신 어렵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장기적으로는 직접고용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어 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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