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0헌마606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제2항등 위헌확인

1.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과 그 요지

지난 5월29일 헌법재판소는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한 개악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으로서 적법성 요건에서부터 쟁점 사항들이 있는데, 적법성 요건은 여기서 생략하고 본안 판단의 대상이 된 노조법 제24조 제2항(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제4항(근로시간면제한도), 제5항(2, 4항을 위반하는 쟁의행위 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을 검토한다.

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 개괄

노조 전임자 제도는 안정된 노사관계의 형성 및 유지를 위한 노사 관행의 일부로 존재했으나, 노동조합의 자주성, 갈등의 지속·복수노조 허용 필요성 등 노동환경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시정의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사용자의 노무관리를 담당함으로써 안정된 노사관계 형성에 기여한다는 노조 전임자 제도의 순기능적 측면을 고려해 노조 전임자 급여의 원칙적 금지,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허용이라는 구조를 수용하게 됐다.

나.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노조법 제24조 제5항에 의해 제4항을 위반하는 급여지급을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형사처벌이 되는데, 정작 제4항에서는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고 고시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 및 포괄위임금지 위반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근로시간면제 한도는 노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탄력적이고 전문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법률에서 정하지 않고 고용노동부 고시로 정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한 고시로 정해질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구체적 내용은 각 사업 및 사업장별 조합원수 등을 기준으로 해 각종 노동조합의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 및 각 사업장의 특성과 조합원수에 적정한 사용 인원 정도가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다. 근로 3권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이 사건 조항들은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노조 스스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 및 독립성 확보에 기여하는 한편, 일정 범위에서의 지원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산업평화 유지에도 기여하므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문제 해결을 노사자치에 맡기지 않고 이 사건 조항과 같이 정한 것은 적절한 수단이다.

(2) 침해의 최소성

전임자 급여지급을 전면적으로 금지했지만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전면 금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경우 그 내용을 노사자치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일 수는 있으나 그럴 경우 노사 갈등 및 이해관계의 대립을 다시 유발해 입법취지 달성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 근로자가 유급처리 시간을 면제대상 업무에 적절히 사용했는지 등을 법원에서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으며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근로시간면제의 최소한을 규정하고 나머지는 노사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 이 사건 조항보다 덜 침해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3) 법익균형성

이 사건 조항을 통해 전임자 급여지급 및 근로시간 면제 활동을 초과하는 유급처리에 대해서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에 불과하다. 반면 기존의 불합리한 관행 시정·노조의 자주성 확보·안정적인 노사관계의 유지와 산업평화 등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상당히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

라. 국제법 존중주의 위배 여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35호는 국내법과 같이 준수할 의무가 있으나, 이 사건 조항이 협약에 위반된다고 보이지는 않고,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는 법규적 효력이 없을 뿐더러 이 사건 조항과 반드시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

마.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노조전임자는 전임기간 중 휴직 상태와 유사한 지위에 있고 전임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근로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노조 전임자 자체를 하나의 직업 유형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도 아니며 평등권 침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비판의 지점이 매우 많으나, 분량상 아래와 같이 핵심적 문제점만 지적한다.

가. 목적의 정당성 관련

① 헌법재판소가 노조의 자주성 확보를 이 사건 조항의 입법 목적으로 인정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짐은 물론 논리적으로도 황당한 판단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이 사건에서 주장한 것 자체에서도 드러나는데 노동부는 전임자 임금 지급으로 매년 지출되는 금액의 규모 산출 등에만 집중했을 뿐 실제 그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는 정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주장에만 급급했다. 반대로 노동부 산하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의하면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 도입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되고 사용자 주도성이 강화됐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실증적 자료는 무시하고, 논리적으로도 모순된 막연한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버리고 말았다.

② 또한 안정적 노사관계·경영효율성 제고·산업평화 유지는 오직 사용자들을 위한 안정과 평화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정당한 입법 목적이라면 애당초 단체협약의 상당부분을 아예 법으로 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법익 균형성 판단에도 중대한 오류로 남아 있다.

나. 수단의 적절성 및 침해 최소성 관련

① 이 부분에서 헌법재판소는 아예 판단유탈(주장한 사항에 대해 판단하지 않음)까지 범하는 대범함을 보이고 있다. 전임자 급여지급 및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요구를 관철하는 쟁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조항을 두어 금지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금지 규정의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만 검토했을 뿐 형사처벌을 수단으로 하는 것이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② 헌법재판소의 막무가내는 침해 최소성 판단에서 극에 달한다. 이 부분에서 헌법재판소는 근로시간면제의 최소한만을 규율하고 나머지는 노사합의에 맡기는 방식이 이 사건 조항과 같이 최대한을 규정하고 그 기준을 넘기면 무효로 하며 또한 형사처벌까지 하는 방식에 비해 “덜 침해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의 법률적 판단 능력 자체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최소한만을 규율하고 나머지는 노사합의에 맡기는 방식은 애당초 “침해적”인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최저임금제와 과거의 총액임금(상한)제를 비교해 최저임금제가 덜 침해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총액임금제가 정당하다는 기이한 주장이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긴 과제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내용 자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추후 입법적 개선 조치가 매우 시급함을 알려 준다. 다만, 문제투성이인 헌법재판소 결정 중에서도 2가지 정도는 의미 있는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① 근로시간면제의 대상 업무와 관련해 노동부는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해당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해석을 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비록 일부 불확실한 표현이 없지는 않으나 근로시간면제의 대상이 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존중하고 특별히 제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② 기존에 전임자에 관한 사항이 쟁의행위 주된 목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 취지의 판결이 다수 있었으나, 이번 결정에서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도 가능하다고 한 점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적인 긍정적 판단들은 현행 노조법의 문제점을 뒤엎지는 못하며, 반대로 여전히 입법적 개선 노력이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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