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친족분리’를 활용하는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비중 100% 기업에 대해 친족분리를 승인해 줘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는 올해 3월18일 미편입 계열사 4곳을 자진신고한 LG그룹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면서 4곳의 친족분리 신청을 20일 가량 앞선 2월에 승인했다. 독립경영인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 친족이라도 기업집단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른 결정이다.

논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가 성철사를 비롯해 19개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LG그룹에 대해 경고조치한 것을 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편입 계열사 추가 존재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올해 2월 미편입 계열사 4곳을 자진신고했다. 원앤씨·지본·세원정공·형원이엔지다. 그러면서 LG그룹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친족분리를 신청했다. 김기식 의원은 “LG가 자진신고를 하면서 동시에 친족분리 신청을 한 것은 지난해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4개사는 모두 그룹 총수와 가까운 친인척이 50%에서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계열 미편입 누락기간도 최장 15년에 이르렀다. 이들 중 2곳은 매출의 100%를 LG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달성했다.

친족분리를 이용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무력화는 꾸준하게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촌 관계인 김상용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가 친족분리를 한 뒤에도 매출의 97%(2012년 기준)를 삼성전자와 거래를 통해 거뒀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 의원은 “친족측 계열회사에 대한 매출·매입 거래액 비율이 각각 100분의 50 미만일 경우에만 친족분리를 해 줬던 공정거래법 시행령 조항을 공정거래위가 삭제하면서 불합리한 친족분리가 가능해졌다”며 “그룹에 대한 내부거래 의존이 높은데도 친족분리 승인이라는 면죄부를 통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면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제도적 허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친족분리를 통해 각종규제를 회피할 수 없도록 내부거래 의존도 등 친족분리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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