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계의 숙원과제인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법안이 정치권과 정부의 무소신으로 다시 좌초될 전망이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유용태)에 따르면 이번 달 임시국회 회기내 법안통과는 아직 여야간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은데다 국회일정상으로도 어렵다. 오는 30일 본회의로 회기가 끝나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의 의결, 법사위 심의 등이 빨라야 3일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회기내 통과는 어렵다는 것. 물론 정치권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환노위에서 민주당 간사인 신계륜 의원은 유급태아검진휴가 등 일부조항을 빼는 등의 안을 구상하며 자민련쪽과 계속 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모성보호법안은 지난 해 6월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이 관련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어 11월 민주당 한명숙 의원이 유사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데다, 여성, 노동단체들도 '여성노동법 개정연대회의'를 결성하면서 여론환기에 나섰다. 법안은 출산휴가를 현행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고 육아휴직시 급여의 30%를 보전해주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환노위는 지난해 12월5일 각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성보호법안을 상정했고 법안심사소위에서 통합된 대안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으나, 재원마련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상임위 통과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자민련이 재계의 입김에 더불어 생리휴가폐지법안까지 들이대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말 논의까지만 해도 정부가 출산휴가 연장시 드는 추가비용분을 위해 일반회계 150억원을 확보해놓은 것에서 보여지듯 제도 도입은 공식화되는 분위기였다.
올해의 경우 재계가 8,500억원 추계비용을 주장하면서 여성계와의 논쟁은 가열됐고, 이 가운데 민주당은 2년 유예 카드로 여권내 합의도출을 유도했으나 자민련을 완전히 설득시키지도 못한데다 야당도 이에 질세라 건강보험기금을 재원삼아 즉각 시행할 것을 주장하면서 여당을 궁지에 몰아넣는 공세를 폈다. 이미 고용보험기금으로 7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정리돼있던 안을 하루이틀 사이에 바꾸는 것은 실제 법안통과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성없는 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노동부 내부적으로 잠재돼 왔던 여성국과 다른 국간에 재원분담에 대한 입장차이까지 최근 '고용보험 기금 고갈 위기론'으로 터져나오면서 그야말로 법안을 둘러싼 논의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좌초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국노총 정영숙 여성국장은 "정부여당이 자민련과의 공조를 위해 힘없는 여성들을 위한 법안을 다른 법안에 비해 가장 협상하기 쉬운 카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재계와 자민련과 함께 정부여당도 법개정에 의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97년 대선시 3당이 동시에 내걸었던 모성보호 공(公)약은 여성, 노동계의 오랜 바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행정부의 원칙없고 소신없는 처신으로 또 하나의 공(空)약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편 지난 해부터 관심을 모았던 모성보호법안이 이번에도 좌초됐고,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보호 등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점차 법개정으로 이어질 현실성은 낮아지고 있어 앞으로 김대중 정부하에서 개혁법안 통과는 더 이상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