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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간결했던 통상임금 기준이 그리워지는 이유
고관홍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특정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을 이유로 기지급 임금과의 차액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한 획을 그은-그러한 획이 유익한 것이든 무익한 것이든-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전합 판결)이 내려진 지 6개월이 지났다. 전합 판결 이후 법원은 진행 중이던 사건에 대해 하나둘씩 판결을 내리고 있고, 법원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노동자들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거나 임금 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지난 전합 판결의 주된 취지는 “어떤 수당이 통상임금에 속하려면 근무기간 만큼 비례해서 지급돼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고정성 기준 설정 및 정기상여금의 경우 신의칙에 반해 추가 임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기준의 설정”이라는 두 가지 내용으로 보인다. 전자는 재직자에게만 지급돼 퇴직자에게는 일할 계산 지급되지 않는 경우 고정성이 부정된다는 의미와 유사한데 정기상여금 또한 그러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후자의 경우 신의칙 적용에 있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의 쟁점들이 존재하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한다.

그렇다면 전합 판결 이후의 판결들에서는 이 같은 쟁점들에 대해 명확한 답변이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까지 5건 정도의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들을 살펴보면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먼저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재직자 지급 기준과 관련된 고정성 요건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판결문에서 밝히고 있는 사례는 부산고등법원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부산고법은 지난 1월 정기상여금이 중도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고정성을 부정하고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동일 사건의 하기휴가비에 대하여는 1년에 1회 지급돼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으로 보임에도-중도퇴사자에게 일할 계산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임에도-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기상여금과 하기휴가비의 고정성 판단 기준을 달리 적용한 것으로 보여 역시 명확한 기준 설정이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법원들은 사실 관계의 확인으로써 퇴직자에 대한 일할 계산 여부를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 퇴직자 일할 계산 여부를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판단의 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유일한 대법원 판례인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116871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하면서 퇴직자 일할 계산 여부를 언급하지 않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퇴직자 일할 계산 여부를 고정성 판단의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견해 또한 어디까지나 해석일 뿐 대법원의 명확한 기준 설정으로 보기는 힘들다.

다음으로 정기상여금에 대한 신의칙 적용과 관련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하는 일관된 기준은 현재까지의 판결들에서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 부분은 어쩌면 일관된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떻게 특정 기업의 재정 상황에 대해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할 수가 있겠는가. 판례 중 직접적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살펴본 경우는 3건(서울중앙지법 2014. 4. 4 선고 2012가합100222 판결, 광주지법순천지원 2014. 4. 23 선고 2011가합3368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4. 5. 29 선고 2012가합33469 판결)이다. 그 내용은 임금 청구기간 동안의 기업 당기순손실/당기순이익과 노동자들의 임금 청구액 비교, 상여금을 포함시켰을 경우 임금 인상률 비교 등이 주된 내용이며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들이 제시되고 있지는 않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 해의 전체 인건비와 추가 임금 청구액을 비교해 그 비중을 경영상 어려움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로 삼은 사례 및 사적인 기업과 달리 공적인 지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신의칙 적용이 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소송 과정에서 사용자측은 3년간의 회계자료를 들이밀며 “재정이 어렵다”는 실로 간단한 주장만 하고 있다. 통상임금 관련 쟁점을 한참이나 벗어난 사안으로 소모적인 다툼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사용자들이 신의칙 관련 주장을 정기상여금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청구하는 모든 수당들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4월 선고한 2012가합23000 사건에서 신의칙 적용은 정기상여금에 한정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는 바,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판결이다.

지난해 전합 판결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통상임금과 관련된 논쟁이 명확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받기로 한 임금인 통상임금이 가지는 간결한 본래의 의미가 그립다.

고관홍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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