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혁신·평등 교육을 신임한 것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계 전반에서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시·도 17곳 중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13명의 진보교육감 중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이 중 7명이 전교조 지부장을 지냈다.

전교조는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반성이 일었다”며 “반경쟁 교육복지를 표방한 교육감들의 공약에 대해 학부모·교사·시민들이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밝혔다. 지방교육의 수장이 된 진보교육감들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자사고 축소·혁신학교 확대·공교육 정상화=진보교육감이 13개 시·도 교육의 수장이 된 이상 교육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당장 혁신학교 확대와 자율형사립고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학교는 학급 인원이 25명 이하인 소규모 학급으로 운영된다. 학교가 교육과정·학교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갖는다. 혁신학교를 운영 중인 서울·경기 등 6개 시·도 교육청은 혁신학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부산·인천 등 7곳에 혁신학교가 새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자는 2017년까지 초·중등 혁신학교 10개를 지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전국의 혁신학교는 578곳이다. 경기(282곳)·전북(100곳)·서울(67곳)·전남(65곳)·강원(41곳)·광주(23곳) 순으로 많다.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혁신학교의 성과로 꼽히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창의·인성 중심 교육을 일반고에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8월 전국 49개 자율형사립고 중 25곳의 재지정 여부가 결정됨에 따라 자사고 폐지·축소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일반고에 학교당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반고 살리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자치 주도권 쥐었지만 곳곳에 장애물=2007년 부산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전국적인 교육자치의 주도권이 처음으로 진보진영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교육계 주요 현안이 산적한 만큼 교육부와 진보교육감 사이에 마찰이 예상된다.

실제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과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계 개선안 발표가 이달 중 예정돼 있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을 발표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진보교육감은 무상급식·혁신학교 예산을 둘러싸고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교육정책 전반을 성찰하고 진보교육감과 협력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하고 교육감의 가치에 따라 교육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감은 진영논리보다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상급식·혁신학교 넘는 교육비전 필요=김 공동대표는 이어 “진보교육감이 추진했던 진보적 교육정책이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이라며 “진보교육감이 무상급식·혁신학교를 넘는 새로운 교육의 비전을 만들어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은 “전교조 조합원들은 교육현장에서 진보교육감이 추진하는 평등교육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시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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