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변호사)

“LH·철도공사·수자원공사 등 38개 기관은 경영평가 성과급을 아직도 퇴직금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 산정기준인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중략) 기획재정부는 최고경영자와 해당 임원에 대한 경고와 인사조치를 하겠다.”

최근 현오석 기재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 내용이다. 잠시 조용했지만 기재부의 공기업·공공기관에 대한 태도는 변함없음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노동법에 관한 기초적 이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른바 “평균임금에 산입돼야 할 임금총액에는 사용자가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해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으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포함된다”는 것은 퇴직금 법리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그 어떤 법리적 근거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루 속히 기재부의 의견을 들어봤으면 한다.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명칭에서 혼란이 있으나 역사적으로 볼 때 완벽한 근로의 대가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각 분야의 업무실적 및 업무개선 노력 등을 평가하고 기관 전체의 점수를 산정하고 있다. 경영평가와 관련된 모든 실적이 각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은 임금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성과급조차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고, 최근에는 기업 전체가 아닌 개인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평가상여금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는 평균임금이라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설사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확실치 않더라도 기재부 장관의 태도는 노동법 상식에서 벗어난다. 기재부 발표라면 공기업 등에서 합의한 단체협약이 근로기준법보다 더 나은 조건이므로 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합의는 절대 법 위반이 아니다. 오히려 권장할 만한 단체협약이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목적),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제3조). 이 기준보다 낮을 경우가 위법이지 높은 수준의 합의가 어찌 위법이 될 수 있겠는가.

기재부 장관의 발언의 위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공기업·공공기관 단체협약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공기업·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공무원도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당연히 이들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은 노동 3권의 핵심으로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다. 법률에 의한 제한 이외 그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기재부 장관의 태도는 위헌 그 자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먼저 정확한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정책을 펴야 한다. 지난 정부 이래 지금까지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태도는 앞서 지적한 위헌·위법이었다. 이 정부가 좋아하는 단어가 ‘법치’와 ‘비정상의 정상화’ 아니던가. 정작 ‘법’과 ‘비정상’이었던 것은 정부였다. 노조와 조합원들은 정상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때로는 노동법에 대한 무지가 엄청난 사회·경제적 혼란을 가져온다. 가장 좋은 예가 통상임금문제가 아니던가. 모르면 물어서 갈 일이지 약해 보인다고 윽박지를 일이 아니다. 조만간 개각이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제발 준법정신이 투철한 책임자가 나왔으면 한다.

어려운 정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공기업·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덧씌우기는 그 효력을 다했다. 정부가 그토록 걱정하는 공기업 부채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공기업·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어려움을 함께 넘어가 보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그 다음일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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