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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진도 팽목항에 사람이 많았다. 카메라와 천막과 경찰 버스와 구급차가 또 많았다. 줄지어 선 장의차가 차례를 기다렸고 유족 긴급후송 딱지 붙인 택시 줄이 뒤따라 길었다. 죄인이 거기 많았다. 자식 앞세운 죄, 살아남은 죄라고 사람들은 고백했다. 유배지의 하루가 틀림없이 저물었다. 노랗고 붉고 푸른 빛을 하늘에 남겼다. 바다는 그 빛을 다 품어 고왔다. 물결은 잔잔했다. 바다 저편에는 섬이 많았다. 그 너머 보이지도 않는 곳을 사람들은 내내 살폈다. 이따금 해경 선박이 잠잠하던 물살을 갈랐다. 시신 안치소를 향했다. 신원미상자의 인상착의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눈 옆의 점과 덧니와 유명 브랜드 바람막이 따위 옷차림을 상세히 전했다. 정적이 잠시. 울음이 터졌다. 지켜보던 사람들 눈이 따라 붉었다. 그런 옷을 사 준 적 없었던 가족이 자릴 피했다. 물 가까이 앉아 검푸른 저녁 바다를 다시 살폈다. 소방 구조대 보트가 그 주변을 맴돌았다. 침묵이 길었다. 끼이르 끼끼, 방송 중계차 위성안테나 위에 새 한 마리 날아들어 울다 떠났다. 곧 어둠이 짙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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