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0헌가2·2012헌가13[병합]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위헌제청

1. 사건의 개요

강아무개씨는 2008년 6월25일 오후 7시15분부터 같은날 오후 9시50분까지 덕수궁 앞 및 세종로 일대에서 주최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됐다.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후 재판 계속 중 집시법 제10조와 제23조 제3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12월7일 집시법 제10조 중 ‘시위’ 부분과 제23조 제3호 중 ‘제10조 본문의 시위’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2010헌가2 사건).

조아무개씨는 2008년 5월26일 오후 6시부터 같은날 오후 9시까지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개최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참가하는 등 야간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계속 중 집시법 제10조, 제23조 제3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공군 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2012년 5월8일 집시법 제10조 중 ‘시위’ 부분과 제23조 제3호 중 ‘제10조 본문의 시위’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2012헌가13 사건).

이에 헌법재판소는 올해 3월27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집시법 제10조 본문 중 ‘시위’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제3호 중 ‘제10조 본문’ 가운데 ‘시위’에 관한 부분은 각 ‘해가 진 후부터 같은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한정위헌결정)을 선고했다. 반면 재판관 김창종·강일원·서기석은 전부위헌의견을 제시했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주간보다 야간에 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쉬우며, 과잉반응으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거나 과격시위·폭력시위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며, 행정관서의 입장에서도 야간의 시위는 주간의 시위보다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렵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어둠 때문에 행위자 및 행위의 식별이 어려워 이를 진압하거나 채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사회는 낮과 밤의 길이에 따라 그 생활형태가 명확하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해가 진후라고 할지라도 일정한 시간 동안에는 낮 시간 동안 이뤄지던 활동이 계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도심지의 경우 심야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조명이 충분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그러므로 전통적 의미의 야간 즉,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는 ‘야간’이라는 시간으로 인한 특징이나 차별성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심야’의 특수성으로 인한 위험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집시법 체계 내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한 규율의 측면에서 볼 때, 적어도 해가 진 후부터 같은날 밤 12시까지의 시위의 경우,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어서 특별히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를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됨이 명백하다. 그러나 밤 12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3.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검토

헌법재판소가 시위의 자유 또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보호되는 기본권임에도 이 사건 집시법 규정이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야간시위를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2009년 9월24일 선고한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함께 진전된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결정이유를 보면,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집회·시위의 자유 내용으로 시간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밤 12시를 기준으로 위헌성 여부를 달리 판단한 전근대성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야간시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판단에서는 주간보다 합리적 판단력이나 자제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주간보다 야간에 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쉬우며, 과잉반응으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거나 과격시위·폭력시위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며, 행정관서의 입장에서도 야간의 시위는 주간의 시위보다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렵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어둠 때문에 행위자 및 행위의 식별이 어려워 이를 진압하거나 채증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야간시위자들의 판단력과 자제력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문화적 수준의 향상에도 법관들의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여전히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집회나 시위를 주도하는 집단이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를 해쳐 사회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집회와 시위를 행정관서의 질서유지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날 밤 12시까지의 시위의 경우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를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됨이 명백하나 밤 12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집시법 규정을 ‘해가 진 후부터 같은날 밤 12시까지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적용(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야간시위금지의 위헌성 여부 판단기준을 밤 12시로 삼고 있다. 그 이유로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생활형태 및 보통의 집회·시위의 소요시간이나 행위태양, 대중교통의 운행시간, 도심지의 점포상가 등의 운영시간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대중교통의 운행시간이나 도심지의 점포상가 운영시간이 왜 야간시위의 금지요소가 돼야 하는가. 시위자들의 귀가의 불편을 고려해 밤 12시 이전까지만 시위를 허용하면 된다는 것인가. 집회·시위의 소요시간이나 행위태양이 어떻게 달라지기에 밤 12시 전후로 판단이 달라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대중교통의 운행시간이나 도심지의 점포상가 운영시간에도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는지 그 타당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밤 12시 기준은 오래전에 사라진, 전근대적인 야간통금제도를 떠올리게 만든다. 야간통금제도는 한국전쟁 시기에 적색분자의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시작돼 1982년 전두환 정권에 이르기까지 30년 이상 시행됐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반인의 활동을 제한하고 통금시간에 통행하다 적발되면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야간 활동이 익명성을 높여 범죄와 사회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야간통금이 해제된 후 그러한 주장이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 그것은 정권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강압적인 통치수단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자기 의무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국민통제수단으로 작용했던 야간통금의 전근대적 기준을 부활시킨 격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야간옥외집회 역시 익명성으로 인해 돌발 상황의 위험과 질서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해 왔으나 전부 헌법불합치 이후에 그러한 우려를 뒷받침할 사태가 발생했다거나 유의미한 통계가 제시된 바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밤 12시 이후를 ‘심야의 특수성으로 인한 위험성’이라는 이름으로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행정편의적 동조이자 논리비약일 뿐이다. 주거지역에서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나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미 집시법에서 이를 제한할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심야(밤 12시 이후)의 특수성을 이유로 한 전면적 시위 금지의 타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4. 결론

헌법재판소가 집시법상의 야간시위 금지규정에 대해 한정위헌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종전보다 야간시위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밤 12시를 기준으로 다시 야간과 심야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시위금지 규정의 위헌성 여부를 달리 판단한 것은 야간통금만큼이나 자의적이며 경찰국가적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법률이나 법률규정에 대한 위헌판단이 아니라 사실상 법률의 적용 내지 해석 범위를 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내지 한정합헌 결정은 입법자의 위헌적 법률 제정을 합리화하고, 법률의 해석권한과 법원의 구속력 여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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