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관차(3명)와 용산기관차(3명)에서 6명이 청량리로 온다고 하는데, 웃으면서 환영할 수가 없네요."

9일 오전 '강제전출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 단식농성장이 마련된 서울 서부역 광장에서 만난 박세증 철도노조 청량리기관차승무지부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강제전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조합원이 지난 3일 자살했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0일 726명에 대한 순환전보를 예정대로 시행한다. 노조는 이날부터 지방본부를 중심으로 주요역에서 거점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서울지방본부(본부장 엄길용)는 지난해 파업으로 정직·해고된 126명을 중심으로 서부역에서 대규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박 지부장도 단식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청량리에는 다행히 강제전출자가 없지만, 다른 쪽에서 강제전출된 분들을 받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내는 쪽에서는 이를 악물고 환송회를 하고 있는데 착잡하다"며 "온 힘을 다해 싸웠지만 (강제전출을) 막아내지 못해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5명의 조합원을 각각 청량리기관차사업소 등지로 보내는 용산기관차사업소도 초상집 분위기다. 이달 5일부터 강제전출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용산기관차사업소 소속 황광렬 조합원은 "회사가 용산기관차에 8명의 인력이 남아 인력부족지역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모두 거짓말"이라며 "지금까지 '사람이 없으니까 연가 사용을 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다시 사람이 남는다고 전출을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황씨는 "5명이 전출되면서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열차안전은 더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삭발식을 한 엄길용 본부장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있을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로 예정된 2차 강제전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끝장투쟁을 벌이겠다는 얘기다. 코레일은 연 2회 순환전보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벽에는 이영익 전 노조 위원장과 유치상 전 노조 사무처장이 강제전출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은평구 수색역에 있는 45미터 철탑에 올랐다. 코레일은 이들에 대해 추후 시설관리권 침해 및 업무방해로 고소·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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