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한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웅지)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누17041 요양불승인처분취소

1. 사건의 개요

사용자는 2010년 10월1일부터 OO다방을 운영했는데, 원고는 같은해 초부터 이 다방에서 근무했다.

원고는 2010년 6월6일 오전 10시45분께 차를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외상성 뇌경막하 혈종·외상성 뇌실질내출혈로 식물인간이 됐다. 원고의 어머니는 같은달 21일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에게 요양급여신청을 했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음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원고를 비롯한 OO다방의 여종업원들은 기본급 없이 차 한잔을 2천500원으로 계산해 사용자와 여종업원이 6대 4의 비율로 차 배달 수익금을 나눠 가진 점, OO다방 소속으로 갑종근로소득세를 공제하거나 사회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춰 원고를 OO다방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해 8월27일 요양을 불승인했다.

하지만 대상 판결은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OO다방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고 해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및 의미

(1)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정도

업무의 내용과 수행방법에 관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판례는 대법원 2006년 12월7일 선고 2004다29736 판결 이후 지휘·감독의 정도를 ‘구체적인’ 지휘·감독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완화했다. 대상 판결도 마찬가지로 “업무수행에 관한 모든 사항에 관해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근로자성 여부가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판시해 지휘·감독의 구체성을 완화해 해석하고 있다.

한편, 골프장 캐디의 근로자성에 대해 최근 판례(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를 판단기준으로 인용하면서도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내장객에 대한 업무 수행과정에서 골프장시설운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했다.

(2) 시간적·장소적 구속 여부

대상 판결의 경우 원고가 근무할 당시 OO다방에는 여종업원 6명 중 3명은 주간조, 나머지는 3명은 야간조로 나눠 근무했다. 그 출퇴근 시간을 보면, 원고가 속한 주간조의 경우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야간조의 경우 저녁 9시부터 아침 9시까지로 각각 정해져 있었으나 그 업무의 성격상 탄력적으로 출퇴근 시간의 조정은 가능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여종업원들의 출근시간이 늦을 경우 전화를 걸어 출근을 독촉한 적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태도 등에 따라 퇴직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므로, 여종업원들이 사용자에게 시간적·장소적 구속을 받는 것으로 보았다.

판례는 다른 사안에서도 시간적·장소적 구속 여부를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유흥업소 접대부의 경우 “근무시간은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가 원칙이며, 근무시간 중에는 마담이나 업주의 지시를 받아 근무를 하기는 하나 개인 사정이 있으면 마담 등에게 말하고 결근·지각·조퇴 등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제재나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접대부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5다35289)

(3) 보수의 성격과 내용

대상 판결은 사용자가 여종업원들로부터 차 배달 수익금 전부를 관리하면서 정산한 일정 금액을 여종업원들에게 분배했고, 여종업원들은 이러한 차 배달 수익금 외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는 않았으나, 차 배달 수익금은 대략의 근무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근무형태에서 성과급 임금은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즉, 기존 판례의 입장처럼 기본급이 정해졌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기본급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또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나 이 역시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다고 봐 종전 판례의 입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사업장의 여종업원들의 경우 차 배달 수입 외에 이른바 ‘팁’을 받았다는 점 등에 비춰 일정한 수입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직종으로서 일종의 프리랜서에 해당할 뿐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대상 판결은 원고가 차 배달로 인한 수입 외에 별도로 ‘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라. ‘팁’과 관련해 기존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5다35289)에서는 “팁이 전적인 수입으로 되는 접객원의 경우는 사용자가 ‘팁’을 일정액으로 정하거나 사실상 일정액을 받도록 직·간접적으로 규제하고 팁을 사용자가 관리 분배하는지 여부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동 판결의 경우에는 마담이 팁을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시 지급하고 나머지를 월말에 정산하고 있으나 업주가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 액수를 통제하거나 사용·관리하는 일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접객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반면 대상 판결의 경우에는 ‘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차 배달 수입을 사용자가 관리해 6대 4의 비율로 분배한 점에서 이를 근거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3. 맺으며

산업이 고도화·세분화·다양화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가 구체적 지휘·감독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확대해 가는 판례의 추세에 따라 사용종속관계의 판단기준으로서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정도를 ‘구체적·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아닌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판시한 이번 판결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판례는 시간적·장소적 구속 여부를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나, 현대와 같은 탈산업사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근로형태가 다양해져 시간적·장소적 구속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판례가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해 업무수행과정에서의 ‘구체적·직접적인’ 지휘·감독뿐 아니라 ‘상당한’ 지휘·감독까지 인정했듯이 향후 정보통신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스마트워크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장소적 구속 여부도 상당부분 완화해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상 판결에서는 기본급 또는 고정급의 유무를 사용종속관계의 판단기준으로 정하면서도 이러한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오히려 기본급 또는 고정급의 유무를 근로자성을 손쉽게 부정하는 판단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의 피고 또한 기본급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인했다. 판례의 의도와는 다르게 기본급 또는 고정급의 유무가 오히려 노사 간의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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