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동자 변란오(55)씨는 2년이 넘도록 폐암과 싸우고 있다. 그에게 암세포를 옮긴 것은 17년을 일해온 일터였다. 서울지하철공사 설비부에서결근 한번 않고 일해온 그는 지난해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업무과정에서 질병을 얻은 것이 인정된다'며 지하철 노동자 가운데는 처음으로변씨를 산업재해자로 판정했다.

지하철에서 근무한 노동자 가운데는 처음으로 산재판정을 받은 것이어서 그의 투병생활은 더욱 남다르다. “1999년 12월21일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막혀 말을 못하겠더라고요.동네병원에 가니, 성대가 마비됐다더군요. 다섯달 뒤 종합병원의 정밀검진 끝에폐암3기 진단을 받았죠. 발병은 이미 7~8년 전에 시작됐다더군요.” 해병대 출신에 태권도 3단의 무술실력까지 갖춘 그로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흡연자였지만 나흘에 담배 한 갑 피우는 게 전부였다. 가족 가운데 암병력을 지닌이도 없었다. “영선, 설비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작업하긴 했지만, 특별히 각종 오염물질을 조심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은 적은없었어요. ”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은 그는 지난해 8월 폐암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근무한 설비반은 냉난방 공기조화설비, 환기설비, 배수펌프시설 등을유지관리하는 일을 맡은 곳이었다. 수리 때마다 천장을 뜯어내야 했고, 환기설비를수리할 때는 번번이 석면가루를 마셔야 했다. 정부는 바로 이 작업이 변씨에게암을 준 이유라고 판정했다. 산업안전공단은 지난해 8월 `업무상질병 여부 심의 의뢰에 대한 회신'이라는공문에서 “변씨가 송풍기 시설 등을 수리·교체하는 과정에서 석면 등 고농도의분진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석면은 노출농도나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폐암의 가장 유력한 요인이며, 변씨는 석면을 사용한 것이 확인되는 사업장에서16년 이상 근무했으므로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변씨는 지난해 암조직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은 뒤, 현재 항암치료를 계속하고있다.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덕택에 치료비 걱정은 없지만, 지하철 역사 석면검출사실 때문에 자신의 일터가 곤혹스러워지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그의 꿈은 `별탈없이' 회사에서 정년을 마치는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아침 지축 설비분소로 출근해 점심 무렵에 퇴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가 일했던 지하철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기위해서라도 그곳의 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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