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9일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맛없는 과자만 담긴 종합선물세트다. 노동계가 반대하거나 우려해 온 임금 관련 제도가 빠짐없이 포함됐다.

매뉴얼에는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가 설계한 자동차 제조업체 생산직 임금체계 개선모델이 담겼다. 제조업 임금체계의 주요한 특징은 기본급이 낮고 시간외수당이 많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가 임금억제정책을 펴자 사용자들이 기본급을 낮추는 대신 수당을 늘리면서 지금의 복잡한 임금체계가 만들어졌다.

제조업 임금체계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 사무관리직에 비해 연공급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대표적이다. 실제 기업들은 오래 근무하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젊은 인력을 유인했다. 우리나라에 연봉제와 같은 성과연동 임금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연공급제가 사용자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공급은 또 사회복지시스템이 열악한 우리나라에서 노후 지출이 많은 중장년을 위한 생애주기적 임금으로 기능해 왔다.

이처럼 제조업의 임금체계는 사용자들의 편의에 의해 고착된 측면이 크다. 그런데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연공급제는 고령자의 고용연장을 가로막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노동부는 이어 제조업 연공급을 무너뜨리기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다.

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당장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고령자 임금을 깎고, 중장기적으로는 직무에 따라 차등임금이 지급되는 직무급제로 연공성을 희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노동부는 그러나 직무 간 임금 불평등이 가져올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이나 ‘동일직무 동일임금’의 기계적 적용이 초래할 임금 하향평준화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숙련급’을 토대로 기본급을 설정하겠다는 대목도 우려를 낳는다.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기본급은 숙련급으로 하되 40대 중반 이후에는 직무급적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저숙련 청년근로자의 초임을 삭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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