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의 30%는 일자리·노동 분야였다. ‘일자리 늘·지·오’라는 이름으로 줄여 표현했는데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해고요건 강화나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같은 꽤 딱딱하고 생소한 노동의제들이 집권여당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그것도 비중 있게 들어간 만큼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해당 공약은 ‘고용률 70%’와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로 국정과제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25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2년차에 돌입한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노동정책은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을까.

낮은 일자리 만족도, ‘늘·지·오’ 요구 높아

<매일노동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1년을 평가했더니 5.6%만 일자리정책에 호감을 보였다. 노동정책을 잘했다고 선택한 사람은 0.3%에 불과했다. 외교정책은 23.5%, 대북안보정책은 19.2%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복지정책(10%)이나 경제정책(6%) 호감도는 뒤로 밀렸다.

반면 잘못한 분야로 일자리정책을 꼽은 사람은 13.8%, 노동정책을 지적한 응답자는 7.2%로 집계됐다. 잘못한 분야로 경제정책을 선택한 사람이 15%나 됐다.

잘못한 분야에 대해 20대는 복지정책(24.2%)을, 30대는 대북안보정책(23%)을, 40대는 노동정책(16.9%)을, 50대는 경제정책(20.2%)을, 60대 이상은 일자리정책(14.3%)을 1순위로 꼽았다.

일자리정책과 노동정책 만족도는 낮았지만 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노동의제 수요는 여전히 높았다. 다른 문항에서 정치적 성향이나 연령에 따라 뚜렷하게 갈리던 의견차를 희석시켰다.

대표적인 노동의제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사회적 대화 요구였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55.9%로, 해고요건을 완화해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34.5%)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 요구는 20대 71.4%, 30대 60.5%, 40대 59.4%, 50대 51.7% 등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491명이 똑같은 비율(44%)로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완화로 나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응답자들은 특히 ‘정부와 노동계가 직접 만나는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높은 지지를 보냈다. 필요하다는 의견이 무려 89.4%나 됐고,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7.9%에 그쳤다. 사회적 대화의 경우 국정운영 동의 여부나 지지정당, 18대 대선 투표 성향과 관계없이 대부분 찬성으로 의견이 모였다.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찬성 49.8% 반대 37.7%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지지도는 54.9%로 높았지만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41.4%나 나왔다. 전통적인 지지층인 50~60대와 반대층인 20~30대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특검 도입을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필요 없다"는 대답을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날카로운 창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사초 논란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기소·선고,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등 어지러운 정국에서도 번번이 새로운 ‘팩트’가 확인되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본지 여론조사 결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9.8%로, 필요 없다는 의견(37.7%)보다 12.1%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 중에서도 30.5%가 특검 도입에 찬성의견을 피력했다.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33%가 공공기관 임직원의 높은 임금과 복지, 30.5%가 전문성 없는 낙하산 기관장, 28.2%가 4대강 사업 등 정부정책 실패를 꼽았다. 60% 가까운 국민이 낙하산 문제나 정부정책 실패를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신의 직장"이라거나 "과도한 복지"라는 정부의 비난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일반 유선전화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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