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나14427 해고무효확인 등, 2012나74290(병합) 해고무효확인

1. 사건의 개요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2009년 8월6일 노사합의로 최종적으로 165명이 정리해고자로 남음)에 대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 해고회피 노력 요건 미비로 무효라고 선고했다. 판결 분량이 상당히 많은 바, 주요 부분을 요약하고 그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2. 판결 요지

가. 정리해고의 법리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으로서 통상 대규모로 이뤄지므로 대상 근로자 및 가족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며, 국가의 고용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리해고의 특수성을 감안해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존부

1) 관련법리

경영악화 또는 기업재정상의 어려움이 계속적으로 누적돼 왔고 장래에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어야 하며, 일시적 경영위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아가 사용자는 이 같은 인원삭감의 일반적 필요성뿐 아니라 구체적인 인원삭감 규모 내지 삭감인원의 수에 관한 결정에 객관적 합리성이 있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2) 유동성 및 재무건전성의 위기 존부

쌍용차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일부 존재해 회생절차개시신청까지 이른 점은 있으나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은 다수의 부동산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유동성 부족에서 더 나아가 재무건전성까지 문제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처럼 보인 주요 원인은 유형자산손상차손 때문이고, 이는 주로 회사의 매출수량 계획 추정치의 적정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당시 회사는 구차종의 단종을 전제로 매출 수량을 추정하면서도 후속 신차종들을 전면 배제했다. 이는 계속기업가치를 위반한 모순된 주장으로서 결국 유형자산손상차손이 과대계상 됐다고 보인다.

3) 생산성, 효율성의 위기 존부

회사가 주장하는 HPV(1대 생산 소요 시간)는 개념상 생산효율성 판단의 근거로 삼기 적절하지 않으며 모답스 기법에 근거해 보더라도 회사가 주장하는 인력삭감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

4) 회사의 경영위기의 성격

장기간의 워크아웃에도 회사의 경쟁력 자체가 상당 기간 유지되고 있었고, 회사가 주장하는 경영위기가 구조적·계속적 위기라고 볼 수 없는 점,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됐던 대주주(상하이차)가 회생절차를 통해 교체될 기회가 주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가 일부 존재했다는 사정만으로 인원삭감의 필요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5) 기업회생절차와의 관계

기업회생절차에서도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뿐 아니라 회생절차에서는 도산법적인 관점에서 회생계획안이 작성될 뿐 근로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정리해고 계획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고 법원의 허가가 있었다고 해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검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

6) 인원삭감 규모의 합리성

경영상 위기가 구조적·계속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 이상을 상회하는 대규모 인원삭감은 합리성이 부족하다. 또한, 정리해고 이후 459명의 무급휴직이 있었고, 이에 대해 회생법원이나 회생채권자의 별다른 이의가 없었던 점등을 고려하면 회사가 제시한 인원삭감 규모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해고회피노력

대기업은 동원 가능한 수단과 능력이 크므로 해고회피노력도 더 많이 요구되며, 정리해고시 사용자는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조치를 먼저 모색해야 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조치는 최종적인 해고회피수단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무급휴직 등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조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무급휴직의 경우 희망퇴직에 비해 비용이 덜 소요되고 고용유지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회사가 애초 계획한 것보다 많은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해 정리해고의 규모가 축소됐다는 점만으로는 해고회피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3. 판결의 의의

가. 회계조작의 주요 부분을 법원이 인정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오랜 기간 제기해 왔던 회계조작 문제(유형자산손상차손 과대계상) 중 주요 부분을 인정했다. 참고로 과대계상된 유형자산손상차손을 제거하고 보면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로 감소한다. 그간 금융감독원과 안진회계법인이 줄기차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왔지만, 법원은 유형자산손상차손이 과대계상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자유수임제 실시 이후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크게 약화됐고, 이는 허위(내지 부실) 감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도 그런 사례 중 하나라고 보인다. 이러한 경우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라도 제대로 감독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금감원은 현재 오히려 허위 감사를 옹호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허위(내지 부실) 감사보고서가 정리해고의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나.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요건을 엄격히 판단함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히 판단해야 하며, 이는 사용자가 입증할 사항임을 확인했다. 재무구조나 생산효율성 등에서 구조적·계속적 위기는 없는 상황에서 회생절차 돌입·유동성 부족 등 일부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인원삭감 규모 역시 경영상 위기 원인과 연동해 그 합리성이 판단돼야 한다고 봤다. 또한 기업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되고 정리해고에 대한 법원의 허가가 있었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심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봤다.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사업장들의 경우 그 절차 자체로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도출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근거가 없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다.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노력이 우선돼야 함을 확인함

대법원은 여러 가지 유형의 해고회피노력을 인정하고 있는데, 해고회피노력의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해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등을 고려하라는 취지로 판시해 왔을 뿐, 해고회피노력 상호간의 순위를 정해 판단한 바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정리해고시 해고회피노력과 관련해 모든 해고회피노력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노력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해고회피노력은 최종적인 방법임을 명확히 했다. 정리해고 사업장에서 회사는 방법상 일부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정리해고와 유사한 희망퇴직 등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해고회피노력을 선호해 왔는데, 이러한 관행이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대기업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해고회피노력을 요구한 것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라. 징계해고 및 손해배상과의 관계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해 파업과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대량의 징계해고가 있었다. 이번 판결로 정리해고가 무효임이 선언된 이상, 2009년의 쌍용차 파업은 무효인 정리해고에 대항한 것으로서 목적상 정당한 파업이라고 봐야 한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의 목적 정당성을 부인하는 대법원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과 징계해고 사건에서도 이번 판결의 취지가 적극 고려돼야 한다.

마. 총평

최근 사용자들의 정리해고 남용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 보호의 관점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개별 사건 측면에서도 2009년 이후 24명 노동자들의 죽음,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을 가져 온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실을 밝혔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추후 회계조작 등에 관련된 회계법인 등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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