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청마의 해인 올해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 박봉철)가 투쟁의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지난해 말 임원선거에서 당선된 박봉철 9대 집행부는 '고용이 안정되고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전임 집행부는 지난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서울경마공원·부산경남경마공원·제주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의 산업재해 문제와 마사회의 변종 간접고용 실태를 국정감사·토론회를 통해 고발한 바 있다.

"부경경마공원 조교사 개별고용 시스템 바꾸겠다"

"부경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 모두가 '모 아니면 도'가 아닌 '모 아니면 낙(落)', '죽기 아니면 살기'로 투쟁을 결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는 부경경마공원에서 살다시피 할 생각입니다."

지난 6일 오전 과천 서울경마공원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박봉철(55·사진) 위원장은 서울·부경·제주 등 3개 경마공원 중 부경경마공원에 주목했다. 부경경마공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조교사 개별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조교사협회와 마필관리사들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서울경마공원과는 달리 부경경마공원은 33개 마방 조교사들이 220여명의 마필관리사들과 개별적으로 고용관계를 맺는다. 한국마사회가 2004년 부경경마공원 개장 당시 미국식 선진 경마시스템을 접목시키겠다며 조교사 개별고용 계획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마사회 입장에서는 조교사 개별고용 시스템이 선진경마 시스템일지 몰라도 부경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에게는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올가미일 뿐이다. 부경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은 개별고용으로 인해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임금 중간착취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노조활동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교사 간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마필관리사들의 조 이동이 쉽지 않은 데다, 조교사에게 한 번이라도 '찍힌' 마필관리사들이 다른 마방에 재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철저한 '을'인 마필관리사들은 '갑'인 조교사의 불합리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박봉철 위원장은 "부경경마공원에 있는 33명의 조교사들은 개인사업주라는 이유로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서가 아닌 노예계약서를 만들어 마필관리사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부경경마공원의 개별고용 시스템을 바꿔 놓겠다"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관리·감독 제대로 해야"

그는 경마 시행주체인 마사회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경경마공원 소속 조교사가 마방에서 당직을 서던 여성 마필관리사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현재 여성 마필관리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곳은 부경경마공원밖에 없다. 그런데 여성 마필관리사들이 쉬거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박 위원장은 "여성 마필관리사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조차 만들지도 않으면서 고용승인을 내주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마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마사회와 조교사협회에 재발방지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와 협회는 사과문 한 장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와 인권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올해는 청마의 해가 아니라 청회마의 해"라고 주장했다. 청마는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회색빛을 띠는 청회마는 실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청회마는 성질이 난폭하고 마필관리사들도 다루기를 꺼리는 말이지만 조련만 잘 시키면 명마로 탄생하는 말"이라며 "노조의 요구들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청회마처럼 강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