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규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상판결 / 대법원 2012도5875 근로기준법 위반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근로자들을 고용해 건축자재유통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용자다. 피고인이 고용하고 있던 근로자가 지난 2003년 10월20일부터 2010년 8월15일까지 근무하고 퇴사했는데, 피고인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피고인이 근로자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이에 대한 재판에서 원심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금이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시점은 2010년 12월1일부터이므로, 피고인이 처벌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근로자가 퇴직할 당시에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수가 5인 이상이 돼야 한다고 봤다.

원심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상시 근로자’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개념이 그대로 준용된다고 보면서, 근로기준법 제11조 및 동 시행령 제7조의2에 의해 ‘상시 근로자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동 시행령 제7조의2 1항은 ‘상시 근로자수’를 ‘법 적용 사유 발생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가동 일수’로 나눠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① 법 제11조3항에 따른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법 적용 사유(휴업수당 지급, 근로시간 적용 등 법 또는 이 영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사유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발생일 전 1개월(사업이 성립한 날부터 1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그 사업이 성립한 날 이후의 기간을 말한다. 이하 "산정기간"이라 한다)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가동 일수로 나누어 산정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5명(법 제93조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10명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법 적용 기준"이라 한다)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이 조에서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한다)으로 보거나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1.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는 경우 : 제1항에 따라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산정한 결과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산정기간에 속하는 일(日)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하였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일수(日數)가 2분의 1 미만인 경우

2.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 경우 : 제1항에 따라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산정한 결과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산정기간에 속하는 일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하였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일수가 2분의 1 이상인 경우

③ - ④ 생략

원심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상시 근로자수를 산정한 결과, 상시 근로자수가 5인 미만으로 산출됐다. 이를 근거로, 원심은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대상 판결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 의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상시 근로자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른 방식이 아닌 해당 근로자의 전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의 핵심 쟁점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위한 상시 근로자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른 방식으로 산정할 것인가, 아니면 해당 근로자의 전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이와 다른 방식으로 산정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대상 판결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위한 상시 근로자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른 방식이 아닌, 해당 근로자의 전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상 판결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 의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상시 근로자의 수는 해당 근로자의 전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고, 여기에서 상시라 함은 상태(常態)라고 하는 의미로서 근로자의 수가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사회통념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단해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며, 여기의 근로자에는 당해 사업장에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일용근로자를 포함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대상 판결은 이에 대한 논거로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 퇴직급여제도의 설정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던 퇴직금 제도를 분리해 별도로 제정됐고, 그 시행일인 2005년 12월1일부터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 의무 및 그 위반으로 인한 처벌에 관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적용되는 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기준법과 달리 2010년 12월1일부터는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에도 적용되는 점, 상시 근로자 산정방법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11조3항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규정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시행된 이후에야 신설된 조항이고, 법 문언에 의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경우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의 산정방법을 정하고 있는 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규정에 따라 퇴직일 전 1개월 동안의 상시 근로자수를 산정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해당 근로자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계속 근무했음에도 단지 퇴직일 전 1개월 동안의 상시 근로자수가 4인 이하라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1년 이상의 계속근로기간이 요구되는 퇴직금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제시했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는 상시 근로자수를 산정하는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시 근로자수는 원칙적으로 ‘산정 사유 발생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가동 일수’로 나눠 산정한다. 둘째, 1개월을 산정해 법 적용 근로자 수에 미달하더라도 일(日)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했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일수(日數)가 2분의 1 미만인 경우’는 법 적용 사업장으로 본다. 셋째, 1개월을 산정해 법 적용 근로자 수에 해당하더라도 일(日)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했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일수(日數)가 2분의 1 이상인 경우’는 법 적용 사업장이 아니라고 본다. 넷째, 1년간 근무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앞의 방식에 따라 월 단위로 근로자 수를 산정해 법 적용 사유 발생일 전 1년 동안 계속해 5명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왜 이리 꼼꼼하게 상시 근로자수 산정 방법을 정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우리 근로기준법이 모든 근로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수가 5인 미만인 경우는 근로기준법의 중요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시 근로자수가 5인 미만이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1일 8시간 1주 40시간 근로’라는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해도 가산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차휴가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이 밖에도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 규정들은 더 있다.

이에 상시 근로자수가 정확하게 산출돼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그 결과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가 탄생한 것이다. 이로써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를 가르는 경계선이 더욱 명확해졌다. 명확함은 모든 문제를 간명하게 해결해 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명확함은 사용자들에게 그 명확함을 피해갈 수 있는 명확한 비상구를 제시해 준다. 설사 사용자의 악의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그 명확함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했던 더 큰 불명확함이 초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1개월 중 14일은 1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나머지 16일은 4명만 고용한 경우, 이 회사는 상시 근로자수가 5인 이상인 회사일까, 5인 미만인 회사일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르면,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일수(日數)가 2분의 1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예로, 어떤 회사가 1년 중 11개월은 매월 1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1년 중 1개월은 4명만 고용한 경우, 이 회사는 1년간 출근율에 의해 부여되는 연차휴가 적용에 있어서, 상시 근로자수가 5인 이상 사업장일까, 5인 미만 사업장일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르면, ‘월 단위로 근로자수를 산정해 1년 동안 계속해 5명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명확함이 더 큰 불명확함을 낳은 것이다. 대상 판결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본다. “해당 근로자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계속 근무했음에도 단지 퇴직일 전 1개월 동안의 상시 근로자수가 4인 이하라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라는 판시 내용은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대목이다. 또한 “상시라 함은 상태(常態)라고 하는 의미로서 근로자의 수가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사회통념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단해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며”라는 판시 내용은 상시 근로자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물론 법원은 정해진 법률의 틀 안에서 판결할 수밖에 없다. 즉, 아무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더라도, 법원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부득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추가적인 변명이 필요했으리라. 하지만 판결문의 행간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가 지닌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 개정을 촉구하는 대법관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대상 판결의 의의다.

4. 결론을 대신해

전체 근로자들에게 ‘1일 8시간 근로’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 2014년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선진국’ 운운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기본적 원칙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상시 5인’이라는 경계선에 위태롭게 걸쳐 있는 근로자들이라도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 적어도, 법률에 의해 억울하게 ‘상시 5인 미만’의 늪으로 떨어지는 근로자들은 없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의 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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