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변호사)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22일 선출됐다. 향후 3년 동안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사실 신임 집행부가 감당해야 할 노사정 환경은 녹록지 못하다. 임기 동안 줄곧 현 정부와 대화를 해야 하고 경영계는 그 어느 때보다 완고해졌다. 그리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노동 난제가 즐비하다.

먼저 통상임금으로 대표되는 개별적 근로관계에 관한 문제다. 단순하게 본다면 통상임금 요건을 명확히 하는 입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아마도 경영계의 저항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선전에 나선 지 오래다.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고용노동부)는 법원이 말한 뜻을 따르지 않을 태세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올해 안에 이른바 통상임금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만들어지기도 어렵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

적지 않은 학자들의 의견을 빌리자면, 관점을 통상임금에서 더 넓힐 필요가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단순한 체불임금 청구사건이 아니다. 노동현장에 여전히 만연한 장시간 저임금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다. 후진국 성장모델인 저임금정책이 그 수명을 다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임 집행부는 통상임금 문제를 불러 온 원인들을 제거하는 데 더 큰 힘을 쏟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에서부터 동일노동 동일가치의 임금지급 원칙을 확립하는 데까지 논의 범위를 넓히면 좋겠다.

이보다 더 큰 과제는 집단적인 노사관계를 바로잡는 문제다. 노동기본권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의 문제점은 속히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확대하겠다던 약속이 지켜졌는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창구단일화제도로 인해 노조활동이 더 위축됐는지는 분명해졌다. 창구단일화는 사용자 편의로 악용되고 있고 과거 사용자를 상대로 고발하던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대표노조를 상대로 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건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순수한 의미에서의 노사관계는 사용자가 현실적인 상대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정부 노동정책에 관한 것들이다. 더 이상 나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번 정부가 보여준 지난해 노동관계 정책은 이명박 정권 이상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공무원노조 불인정·민주노총 침탈 등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현안은 늘어만 가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가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사과를 하고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한 정부와의 대화는 없다는 게 신임 집행부의 일성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의지를 실현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적 노사관계는 개별적인 노사관계에 비해 매우 자율적인 영역으로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서 노사자치를 원칙적인 모델로 삼는다. 결국 노동자가 얼마만큼 단결된 힘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생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노사정 대화에 관한 숙제도 풀어야 한다. 아마도 가장 어려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역할과 태도다. 노사정위는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을 지키면서 3주체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노사정위의 태도는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 침탈이 위법이 아니라든지, 한국노총 신임 집행부가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까지 있었다. 노사정위가 현재와 같은 인식을 유지한다면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노사정 대화는 이른 시일 내 재개되기 어려워 보인다.

노사정 대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제도개선(입법)이라 할 것이다. 앞서 논의한 노동 문제의 다수는 노사정이 합의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노사정위가 설립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아마도 현장 노동자들은 이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한국노총이 그들 옆에 언제나 든든히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리라.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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