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생활임금 쟁취하자’, ‘참아 달라 담에 보자 무너지는 우리 가정’, ‘주주들만 주인행세 사원들은 노예생활’, ‘노동착취 악덕경영 사원가족 뿔났다’, ‘흑자나면 다 돌려준다더니 10년간 흑자 나도 임금인상은 꼴찌’, ‘늘어나는 회사 흑자 줄어드는 가계살림’

이런 70년대식 투쟁구호는 어느 사업장에서 나오는 것일까. 마창지역 노동운동하면 떠올리는 S&T(에스앤티)중공업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는 투쟁 구호다. 에스앤티중공업은 옛 통일중공업이고, 87년 이후 마창노련·전노협의 중심 사업장 중 하나였다. 어떤 사업장보다도 앞장서서 투쟁해 온 만큼 구속노동자도 해고노동자도 많다. 생각하면 가슴 아픈 열사들까지 있다. 그렇게 청년시절을 열심히 살아 온 역전의 용사, 노동자들은 이제 50대가 돼 생활임금 쟁취하자며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2013년 임금인상 투쟁을 하고 있다.

에스앤티중공업은 2003년 옛 통일중공업을 인수해 회사명을 변경했는데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흑자였다. 자본금이 30배 이상 늘어나고 주주들 배당금도 상당하다고 한다. 그리고 10년 동안 에스앤티그룹으로 성장해 지역에서는 굴지의 그룹이다. 대우정밀·효성오토바이·상호저축은행까지 인수했다. 그러나 10년간 금속노조 에스앤티중공업지회 노동자들은 언제나 힘겹게 임단협 투쟁을 해 왔다. 지역이나 동종규모 사업장과 비교해 보면 에스앤티중공업 노동자들의 임금·복지 등 근무여건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3년 임금협상을 아직 타결하지 못하고 투쟁 중인데, 지난해에만 해고 노동자 4명이 발생하고 17명이 정직징계를 받았다. 여지없이 노조간부들은 고소·고발돼 있다. 에스앤티 자본은 임단협 교섭투쟁시기에 노조간부를 해고하거나 고소·고발해서 협상에서 유리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수시로 유인물을 내서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노조공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사무관리직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고, 말로는 노사상생을 외치지만 노조 요구를 수월하게 수용한 적이 거의 없다.

그만큼 10년간 에스앤티중공업지회와 노동자들은 힘들었다. 이전의 통일중공업노조의 기상과 패기를 가지기에는 노동자들도 이제 중년이다. 10년간 에스앤티 자본의 온갖 탄압과 괴롭힘에 예전의 힘과 의지를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에스앤티중공업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단결하고 있다. 회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임금인상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는 파업 중에 일부 라인을 불법 하도급하려 했다. 지회는 신입사원 채용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하도급을 추진하려 했다. 많은 노동자들은 하도급이 작업 현장 곳곳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투쟁했다. 이런 과정에서 해고자와 징계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일 민주노총 총파업 경남지역 결의대회가 에스앤티중공업 앞에서 개최됐고, 에스앤티중공업 노동자들은 전면파업을 하고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통일중공업 시기 총액임금제 분쇄 투쟁을 하며 회사 건물 옥상에서 투쟁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청년이던 노동자들은 이제 중년의 노동자들이 돼 머리띠와 조끼·투쟁복을 입고 차가운 겨울 거리에 서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에스앤티중공업 중년 노동자들이 묵묵히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 저력이 느껴지고 존경하게 된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노동운동 과거·현재·미래를 보는 듯하다. 에스앤티중공업 노동자들에게 4명의 해고자가 복직되고, 생활임금도 쟁취하고, 노조가 단단해지는 2014년 새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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