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2014년 정초부터 통일 담론이 무성하다. 이 푸닥거리에 앞장을 선 것은 단연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월1일자 머리기사에서 “남북 하나 될 때, 동아시아 번영의 미래 열린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1월2일자에선 머리기사로 “통일 한국, 2030년엔 영·불을 제친 G7대국”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이어 “통일비용 겁내지만 … 혜택이 배 크다”, “북 인프라 122조 투자 땐 물류의 실크로드”, “북 관광시설 4조 투자하면 연 40조 번다”, “통일 한국 안보비 연 21조 줄어든다” 등의 제목을 연일 1면 머리기사로 뽑았다.

이에 화답해 박근혜 대통령은 1월3일 정당 대표 및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靑馬)의 해”라며 “이 소중한 해에 우리는 불안과 분단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 통일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1월6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충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국민 중에는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다"며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보도와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2014년에는 통일을 향한 일대 진전이 이뤄지고, 그 전 단계로 평화가 정착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렇게 순진하게 믿을 수가 없다. 우선 박근혜 정권이 선거 이전에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180도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코다치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심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는 1월1일 직접 낭독한 신년사에서 “(남한은) 북남관계 개선으로 나와라. (북한도)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더불어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반면 하루 앞서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평화보다 ‘도발 대비’ 즉 ‘군사활동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그 후 빠르게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1월16일 남측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했다. 국방위는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에서 1) 1월30일부터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할 것 2)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등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할 것 3)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1월17일 남한 통일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안보실장이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16일 밤)에서는 "(북의 제안은) 위장평화 공세일 뿐이므로 한·미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진정성이 있음을 보이려면 “과거 도발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월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민생법’이라는 이름 아래 북한인권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또 “(햇볕정책이 시작될) 당시는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았다.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햇볕정책의 대폭 수정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권은 자본주의로의 흡수통일론이든, 군사적 압박 강화 움직임이든, 여야의 초당파적인 인권법 제정을 비롯한 외교적 압박 움직임이든 간에 심상하게 보아 넘겨지지 않는다. 이런 움직임은 남한 내부에만 국한에서 일국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듯하다.

일본 수상 아베의 군국주의를 향한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속도가 빠르다. 일본의 동북지방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돼 가고 있다는데, 혹 그들은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만주 땅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패권이 흔들리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본주의 시스템과 제국주의 패권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체제위기의 시대이므로, 2014년이 평화의 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공존관계 때문에 평화가 유지될 거라고 안이하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위기가 아니고 전쟁이라고 단정적으로 정세를 규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전쟁의 위험성은 엄존한다. 그러나 전쟁은 결정돼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전쟁’이 아니라 ‘전쟁위기’로 2014년 정세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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