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오는 22일 임원선출을 위한 선거인대회를 연다. <매일노동뉴스>가 임원선거에 출마한 김동만·김주익·문진국·이인상(기호 순) 위원장 후보로부터 한국노총에 대한 진단과 노동현안 해법, 대정부 관계에 대한 구상, 정치방침, 임금·근로시간 패키지 딜 제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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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현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한국노총은 정부와 경영계와의 협상에서 주체가 아닌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불통과 무기력한 한국노총이 현장과 소통하고 민주성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호 2번 김주익(59·사진) 위원장 후보는 “노동시간과 임금체계·작업장 혁신은 서로 연동해 논의해야 하지만 단위사업장에서는 결정할 수 없는 주제”라며 “국무총리가 주관하고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 한국노총의 최근 상황을 진단한다면.

"현재 한국노총은 우리나라 최대 노동조직의 위상을 상실했다. 위기의 원인은 지도부의 독단과 이로 인한 신뢰상실에서 비롯됐다. 한국노총에는 회원조합대표자회의·중앙위원회·대의원대회 등 각종 의결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의결기구는 유명무실해지고 지도부 몇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최근 몇 년간 노동계 전반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를 현장의 의견은 듣지 않고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현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한국노총은 정부와 경영계와의 협상에서 주체가 아닌 들러리로 전락했다. 이번 선거는 불통과 무기력한 한국노총이 현장과 소통하고 민주성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국노총이 노동운동과 사회개혁을 주도하는 중심세력으로 다시 서는 중차대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 러닝메이트로 박대수 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노총은 산별연맹이 중심축이지만 지역 차원에서 발생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는 지역본부가 좌우한다. 산별과 지역이 씨줄과 날줄의 역할을 해야 한국노총이 완성되는 것이다.

박대수 사무총장 후보는 오랜 기간 지역본부 의장을 지냈다. 전·현직 집행부에 참여하지 않아 정부와 경영게에 ‘빚’이 없는 사람이다. 지방정부와 협상하고, 지역 내 여러 산별연맹 조직 간 통합과 연대를 추진하면서 지역의 요구를 모아 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벌인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박대수 후보가 지역과 한국노총을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맡아 조직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확신한다."

- 노조법 개정보다 타임오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대폭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2009년 노조법 개악은 현장의 동력을 빼앗았다. 이를 바꾸려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와 국회에서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먼저 현장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고, 힘을 키워 더 큰 투쟁을 만들자는 것이다.

타임오프 제도의 경우 무엇보다 법에 규정하고 있는 전임자의 업무제한을 삭제해야 한다. 현재 10개 구간인 타임오프 한도를 △300인 미만 △300~999명 △1천~4천999명 △5천~1만4천999명 △1만5천명 이상 등 5개 구간으로 축소해야 한다. 구간별 기준도 시간이 아닌 인원수로 변경하고, 한도를 상향조정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리는 모든 노조에게 주어지는 게 원칙이다. 다만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노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현실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 사용자가 결정권을 가진 자율교섭을 노조가 결정하도록 바꾸고, 초기업노조는 사업장별 단일화 절차를 폐지하고 소속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6월 지방선거나 정치권 진출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를 것이다. 원칙적으로 노동계 출신이나 친노동계 인사가 정계에 많이 진출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권익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게 집권당이냐, 야당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정계 진출이 어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되느냐다. 한국노총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열린 절차와 논의가 선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

- 민주노총의 경찰 난입사태로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내셔널센터에 대한 경찰 난입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 있는 사과와 노동정책에 대한 변화를 보여 줄 때까지 노사정 논의기구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노동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이다."

- 범국가적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노동시간단축은 임금삭감을 전제로 논의할 주제가 아니다. 다만 노동시간단축에 따라 각 업종별, 대기업-중소기업별로 부작용이 드러날 수도 있다. 노동시간과 임금체계·작업장 혁신을 연동해서 논의해야 한다. 단위사업장에서 결정할 수 없는 의제다.

때문에 국무총리가 주관하고 노사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질적 논의기구인 범국가적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교대제 전환, 임금체계 개편과의 연계, 고숙련-고효율 작업장 혁신을 위한 정부 지원방안을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기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구성과 운영에 있어 정부 편향적이다. 합의도 어렵고 결정에 대한 구속력도 현저히 낮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패키지 딜 방식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 사회적 대화기구를 어떻게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노사정위는 집행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이벤트식 노사정 합의를 반복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상을 높이고 결정의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 의사결정과정에서 편향성이 해소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산업별 정책합의기구 법제화를 공약한 이유다. 적어도 제조·공공·운수·서비스 같은 분야에서는 노동계와 정부의 해당 부처가 정기적으로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도록 법에 규정하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화된 틀에서 산업별 논의를 지속하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운수업계는 10여년 전부터 국토교통부와 정책감담회를 해 왔다. 이런 제도를 업그레이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비정규직·미조직사업 활성화 방안은.

"비정규직·미조직 사업은 산별노조 전환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와 연동돼 있다. 한국노총 내부적으로는 우선 재정과 인력을 독립시켜야 한다.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은 지역노총이 적임자다. 지역노총 활성화와 연계해 전략을 수립하겠다."

 

 황소고집, 그러나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

김주익 위원장 후보는 1980년 부산 한진여객(현 성원여객)에 입사했고, 이듬해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91년 자동차노련 부산지역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6선을 했다. 2009년부터 자동차노련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후보는 황소고집이다. 한번 결정하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직권중재가 살아 있던 92년, 정부와 사용자의 예상을 깨고 부산 시내버스를 모두 멈춰 세우는 전면파업을 이끌기도 했다. 부산지역 노조간부 사이에서 김 후보는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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