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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임원선거, 정치방침이 안 보인다
한국노총 임원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김동만·김주익·문진국·이인상(기호 순) 후보조가 출마하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18일에는 한국노총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토론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자들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지난 보궐선거가 문진국 현 위원장(24대)이 단독으로 출마해 차분하게 진행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되돌아보면 장석춘 집행부(22대)는 이명박 대통령·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관계 설정을 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두고 긴장했지만 장석춘 집행부와 이명박 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책연대를 이어 갔다. 반면 이용득 집행부(23대)는 ‘정책연대 파기,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내걸었다. 당시 임원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해당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슬로건은 수단과 목표를 보여 주는데, 이용득 집행부는 ‘정책연대 파기’라는 수단만 실천했을 뿐 목표는 과제로 남겼다. 이용득 위원장은 임기 도중 사퇴했고, 문진국 현 위원장이 노조법 재개정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문진국 집행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지지선언과 정책연대를 추진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는 시쳇말로 ‘노동계에 진 빚이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문진국 집행부는 지난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개선했지만 노조법 재개정은 미완의 과제로 남겼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추진했지만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을 비판하며 노사정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문진국 집행부와 박근혜 정부는 가깝고도 먼 사이였다. 친화와 불화를 오가는 변주곡을 연주했다.

제25대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노정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치러지게 됐다. 차기 지도부는 임기 내내 박근혜 정부와 대면해야 한다. 또 올해 6월 지방선거와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정치지형에 개입해야 한다. 차기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설정뿐 아니라 두 선거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노사정과 현장 조합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첫 합동유세에서 4개 후보조 모두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연말 철도노조 파업 과정에서 민주노총에 경찰을 투입해 노정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과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원칙 없는 소통은 불가하다’고 밝힌 박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에 대한 정부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외면한 것이다. 되레 박 대통령은 노동계를 '떼쓰는 집단'으로 취급했다.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한목소리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외치는 이유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구호에 가깝다. 모호하다는 얘기다. 노사정 대화 중단 이후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행동계획을 제시한 후보자는 없었다. 총파업 계획을 밝힌 민주노총과 연대투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정부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이러니 일각에서 임원선거가 끝나면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것도 민주노총에 대한 경찰 난입과 관련한 정부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한국노총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전임 장석춘·이용득 집행부는 이명박 정부와 정책연대 또는 정책연대 파기로 관계 설정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은 이런 수단으로 대정부 협상 혹은 투쟁을 이끌었다. 이번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라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견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겨냥한 판짜기에 들어갔다. 한국노총 입장에서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뿐 아니라 노심(勞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한국노총 차원의 중간평가다.

때문에 지방선거는 당연히 임원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를 설득력 있게 설파하는 후보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외치면서 지방선거에 관한 전략과 전술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다.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22일 치러진다. 열흘 이상 남았다. 후보자들이 정견을 밝힐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미흡했던 대목을 속 시원하게 알려 줬으면 한다. 그래야 한국노총 선거인단이 후보자들에 대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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