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하게 노동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공농성을 이어 갔다.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철탑에 올랐던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8월8일 농성 296일 만에 땅을 밟았다. 대법원이 지난해 "최씨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은 10월 "현대차는 최씨에게 밀린 임금 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음에도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장기간 거리농성을 벌인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는 노사합의에 따라 2천76일 만인 8월26일 농성을 해제했다. 같은날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라 농성 중이던 재능교육 해고자 오수영·여민희씨가 땅으로 내려왔다. 농성시작 202일 만이다. ‘하늘로 올라간 노동자’들은 2012년 <매일노동뉴스>가 선정한 ‘10대 뉴스’에서 2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이희범 한국경총 회장·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30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체결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은 13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일자리 협약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확충과 함께 근로시간단축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직무재설계·인력배치전환 등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14위에는 노동자들에게 부과된 ‘손해배상 폭탄’이 올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달 29일 2009년 77일간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은 이달 19일 2010년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공장을 25일간 점거해 생산손실을 입혔다며 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노조 파업과 관련해 회사측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노동계는 “과도한 손해배상금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11일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이 최초 보도된 이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실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났다. 국정원에 이어 국군사이버사령부까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종교계를 필두로 노동·시민단체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올렸다는 혐의로 이들 노조의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은 15위를 기록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의 불똥이 전교조·공무원노조로 튀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항서비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의 하청노동자들이 이달 7일부터 고용보장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첫 파업에 돌입했다가 19일 만인 26일 잠정중단한 일이 16위를 차지했다. 인천국제공항 하청노동자들은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안 되거나 임금·노동조건이 저하되는 일이 발생했다. 노조는 이를 막기 위해 공사가 입찰할 때부터 하청노동자 고용승계 의무화를 강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통해 강도 높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예고한 사건이 17위, 이마트 노조사찰 파문이 18위에 올랐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불복종을 결의했다. 이마트 노조사찰 파문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 대한 무혐의 처리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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