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변호사
(전교조 상근변호사)

2013년 12월10일. 전교조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영장의 적용죄명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고, 압수대상은 2012년 1월1일부터 2013년 1월31일까지 18대 대선에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행위와 관련한 자료였다.

압수수행 당일 검사와 나, 전교조 선생님은 나란히 앉아 2012년 1월1일부터 2013년 1월31일까지의 '노조의 중집, 상집, 16개 지부집행위 회의록'을 파워포인트로 띄워 놓고 '쭉' '같이' 읽어 내려갔다. 범죄 혐의인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내용'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 수사기관이 1년간의 노조 회의록을 쭉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 걸까. 자주성을 핵심으로 하는 노조의 대외비 회의록을 수사기관은 참으로 정기적으로 열람한다. 2009년 시국선언을 이유로 한 압수수색 때도 10년간 노조 회의록을 열람하더니, 이번엔 그 이후 회의록을 열람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전교조 회의록을 읽고 있다가, 모든 회의록 서두에 빠지지 않고 담겨 있는 '정세 분석' 부분에서 "~한 대선 기조하에" 라는 문구가 보이면, 검사가 말한다. "압수해."

"MB 교육정책 폐기"가 나와도 검사가 말한다. "압수."

"각 정당에 교육공약을 요구"가 나와도 검사가 말한다. "압수."

그렇게 해서 지난 1년간 대부분의 중집·상집·지부 회의록은 ‘18대 대선에서 특정 정당인 여당을 반대하고, 야당을 지지하는 문건’으로 압수의 대상이 됐다. 그렇게 해서 교원노조가 정부를 비판하는 일상적 정치활동은 국가권력이 공무원을 동원해 국민의 비판을 봉쇄한 대선개입에 대한 물타기 대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틀 후인 2013년 12월12일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집단행동금지조항, 교원노조법 제3조 정치활동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서면심사가 원칙으로, 1년에 공개변론을 하는 사건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공개변론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헌성 여부가 고민이 된다는 말이다.

재판관이 질문한다. "시국선언과 같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된다면, 관권선거와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상관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다면, 공무원들이 거기에 동조되지 않을까요."

과연 그럴까. 나는 상상한다. 만약 국가정보원 직원이 상관의 부당한 대선개입 명령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었다면, 그리하여 공무원사회에 집권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감시·견제 기능이 조금 더 작동할 수 있었다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국정원 대선개입과 전교조 압수수색.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봐야 한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본질은 "집권세력이 공무원으로 하여금 국민의 비판을 봉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교조 압수수색의 본질은 "집권세력이 공무원의 비판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두 사건에서 같은 것은 결국 “집권세력이 국민의 비판이든, 공무원의 비판이든,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그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인 공무원을 적극 이용한다”는 것이다.

두 사건에서 다른 것은 “전자에서 공무원은 공무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집권세력을 지지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왜곡했다”는 것이고, “후자에서 공무원은 공무원의 지위와 권한과 무관하게 한 사람의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집권세력을 비판함으로써 국민주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이 공무원노조·전교조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는 이 상황이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핵심은 공무원이 집권세력에 의해 동원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들을 보장하는 것이지, 거꾸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탄압함으로써 공무원이 보다 쉽게 집권당의 충복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이지, 공무원의 그 지위와 무관한 시민적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일부러 전도시키는 것이야말로 현재 그들이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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