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파업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귀족노조·방만경영 공격이 거세다.

25일 현재 정부와 보수언론은 파업과 관련해 "코레일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회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데, 고연봉 귀족노조가 자신들의 기득권 때문에 자회사 설립을 막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노조가)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경쟁으로 인해 고비용·비효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면서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그럴까.

◇코레일 부채, 인건비 때문?=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코레일의 부채는 17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코레일의 부채가 운영비효율에 따른 영업적자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레일)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49.9%나 된다"며 "코레일이 수서발 KTX를 직접 운영하면 현재와 같은 방만경영이나 비효율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비효율의 원인을 인건비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코레일의 인건비는 얼마나 될까.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진을 포함한 코레일의 직원 평균연봉은 1인당 6천305만원이다. 복리후생비·고정수당·실적수당·성과상여금 등을 포함한 액수다. 게다가 코레일 임직원의 평균근속연수는 19년에 달한다.

같은해 코레일 신입사원의 초임은 연봉 2천594만원이었다. 월급으로 따지면 월 216만2천원이다. 한국경총이 발표한 '2013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천명 이상 대기업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초임(월 300만1천원)보다 적은 액수다. 평균연봉 6천만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특별히 '귀족노조'라고 매도당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공격에 조합원들은 노조 홈페이지에 "4급 23호봉인데 월급 40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 "10년차 연봉 4천만원"이라는 글을 올리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민영화 논점을 흐리기 위한 왜곡된 주장"이라며 "이런 공격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코레일 부채, 진짜 원인은=노조와 전문가들은 코레일 부채를 인건비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수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레일이 1조2천억원을 출자해 민자사업 실패작인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했고, 고속철도 건설부채는 사실상 선로사용료 형태로 떠안았다"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로부터 PSO(공익서비스의무) 보상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7천64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낮은 철도 운임비도 문제다. 철도 운임은 화물수송과 여객수송에 소요되는 비용 대비 60% 수준에서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을 떠안으면서 부채가 급증한 수자원공사처럼 코레일의 부채 역시 정부의 정책 실패와 책임방기, 낮은 운임비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설립되면 경쟁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향상과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철도 영업거리는 3천500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경영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영업거리인 4천500킬로미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수서발 KTX는 코레일과 기존 KTX 노선을 80% 이상 공유해야 한다. 실질적인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알짜노선을 가진 수서발 KTX는 차치하더라도 코레일의 KTX 수익이 급감하면서 적자·오지노선 폐지 우려마저 제기된다. 그간 코레일이 KTX의 수익을 가지고 적자를 메워 왔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현 부총리는 민영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수서발 KTX 주식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특히 "공공기관 부채 축소를 위해 핵심 우량자산부터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레일에서는 부채를 이유로 자회사 분리를 밀어붙이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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