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지난 2008년 1월7일 경기도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무려 40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했다. 그중 17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그리고 같은해 12월 또다시 이천 마장면 GS리테일 물류창고 신축공사 중 화재가 발생해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사고가 한동안 잠잠하더니 지난해 8월13일 청와대 코앞에서 정부공사였던 광화문 국립현대미술관 신축공사장(시공사 GS건설)에 또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해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구로동 복합건물 신축공사장(시공사 코오롱건설)에서도 용접 중 화재로 2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했다.

공사현장 가건물 90% 우레탄폼·샌드위치 패널 시공

위에서 열거한 화재참사의 원흉은 스티로폼 소재의 임시 가건물 형태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이었다. 화재시 시커먼 유독성 연기에 질식해 사망에 이른 것이다. 특히 화재가 공사장 지하에서 발화돼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잇따른 사고 이후 정부는 용접이나 전기작업시에 ‘안전수칙준수’만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본인들의 작업부주의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시공사들은 피로에 찌든 노동자들에게 건설현장 내 ‘흡연금지’ 단속만 강화하고 있다. 과연 건설현장 화재참사가 작업자들의 안전부주의 때문일까.

지금 건설현장의 안전교육장·현장식당·창고 등 모든 임시가공 시설물들이 화재시 유독성 연기를 내뿜는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으로 시공돼 있다. 건설회사들이 이러한 시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비용절감 때문이다. 값싸고 시공방법이 수월하기 때문에 선호를 하는 것이다.

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지하에 임시가건물을 설치할 경우 공간 효율성면에서 좋아 선호를 한다. 그런데 건설현장 공사장 지하에는 대형 안전교육장·현장식당·하청업체사무실들이 밀집해 있다. 모두 샌드위치 패널 시공이다. 공사현장 지하에서 주로 하는 작업은 주차장 바닥 방수 페인트공사·설비배관 LPG용접공·우레탄폼 발포작업·프레온가스작업·전기공사 등 화재와 연관된 것들이다. 또한 시공사들이 위험한 유류·페인트통·LPG산소용접·시너·페인트 등 각종 공사용 자재를 모두 지하에 보관하고 있다. 일단 화재가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지하 공사장은 미로처럼 돼 있다. 화재 ㏘연기가 발생할 경우 비상출구를 찾지 못하고 유독성 연기에 질식해 사망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화재진압도 매우 어렵다. 샌드위치 패널이 불에 잘 꺼지지 않는 압축 스티로폼 양철판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안전작업이 속도전 돼 버리는 현실

화재사고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위험공정 중첩작업이다. 지하작업은 철저한 작업계획서를 세워 안전관리자가 작업자들에게 일정한 작업순서대로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원청업체는 빠른 공사를 위해 하청업체들에게 물량도급을 내려준다. 안전작업이 종국에는 속도전이 돼 버리는 것이다. 하루속히 개선해야 할 낡은 관행이다. 화재 예방을 위해 대부분 건설사들이 하고 있는 예방법은 겨우 분말 소화기 몇 대 비치해 놓는 것이 전부다.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장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해 관리·개선하도록 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사업주 의무)

주변을 돌아보면 임시가건물 형태로 공사를 하고 있는 건설현장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임시 샌드위치 패널 칸막이 안에서 무슨 위험작업을 하고 있는지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지하철 화재참사를 경험한 바 있다.

건설현장 화재참사를 막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 화재위험작업공정에 대한 예방교육과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지하 공사장 소방시설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화재시 대피요령 등 소방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화재 위험공정 중첩작업을 금지해야 한다.

다섯째, 불에 타지 않은 불연자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건설현장 시공 자체가 유독성 연기를 내뿜는 재질의 자재를 사용하도록 해 놓고 화재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불감증 운운하는 것은 근본처방 없이 본말이 전도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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