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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영화 기법 중에 오버랩(overlap)이란 것이 있다. 하나의 화면이 끝나기 전에 다음 화면이 겹치면서 먼저 화면을 사라지게 하는 기법이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이런 영화 기법이 재현되고 있다. 첫 번째 화면은 낙하산 인사의 공공기관장 입성이다.

친박계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같은 친박계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5일 한국마사회 회장에 취임했다. 김학송 사장과 현명관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정권 창출 일등 공신들이다. 오는 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장을 선출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도 낙하산 인사가 입성한다.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0월30일에 열렸던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공천에 탈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의원이 출마하면서 양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이번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낙점됐다.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김 전 의원은 에너지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임기를 시작한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최연혜 사장도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김석기 사장의 경우 용산 참사의 주역으로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사장 자리를 꿰찼다. 최연혜 사장은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지역위원장 출신으로 친박계로 분류된 인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가운데 절반이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장뿐만 아니라 감사·본부장 등 주요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낙하산 인사를 성토하는 공공기관 노조의 성명이 나오고 있다.

이런 데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오버랩 되는 두 번째 장면이다. 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뜸을 들였던 공공기관 임원 선출이 진행되는 와중에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행태를 ‘물타기 수법’이라고 해야 할까.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막대한 부채로 화제를 돌리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처럼 보인다. 파티는 끝났다면서 마녀사냥을 시작하더니만 다른 한편에선 낙하산 파티가 열리는 모양새다. ‘나라가 위급하니 어쩔 수 없다’는 현 부총리의 언급은 마치 ‘박근혜 정부가 어려워 공신들이 필요했다’는 변명처럼 들린다. 이러니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대해 질타하면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해 함구하는 것 아닌가.

물론 공공기관의 부채는 심각한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총 부채 규모는 493조4천억원으로 국가부채의 54.7%에 해당한다. 현오석 부총리는 부채 원인을 “방만경영, 과잉복지”라고 지목했다. 그런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부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정부 정책실패와 연결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8배 가까이 부채가 늘어나 13조7천억원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역대 정권마다 해 온 임대주택건설·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사업으로 무려 14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박근혜 정부마저 국민행복주택사업을 공약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2개 공공기관이 이처럼 정책사업 또는 낮은 요금체계 탓에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의 원인을 과도한 복지 또는 노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따져보면 전문성 없고, 자질 부족한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빚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인사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부 정책을 좇다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이처럼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은 낙하산 인사로부터 비롯된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선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과 현오석 부총리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부채를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다. 아울러 같은 부채라도 옥석은 구분해야 한다. 국민의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은 요금을 감수해야 하는 공공사업의 부채는 달리 봐야 한다. 이를테면 ‘착한 적자’는 공공기관에만 떠넘기지 말고, 정부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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