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오래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해 종이매체를 포기하고 온라인매체로 전환했을 때 여러 언론은 종이매체의 종말을 예고했다.

1933년 창간한 뉴스위크는 90년대 초반 전 세계에서 330만명의 고정독자를 가진 유력 주간지였다. 그러나 이후 인터넷의 발달로 전통 종이매체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2010년엔 독자수가 150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뉴스위크는 2010년 8월 오디오 재벌에게 단돈 1달러에 팔렸다. 수천억원의 이름값과 당시 쌓였던 4천만달러의 빚을 맞바꾼 것이다.

뉴스위크를 인수한 오디오 재벌은 온라인매체를 하나 더 인수해 뉴스위크와 합병한 뒤 온-오프라인 매체의 조화를 이루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이질적인 두 매체는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않았다. 그래도 뉴스의 가치를 추적해 온 전통매체 뉴스위크와 선정적인 연예계 뒷담화와 벗는 광고로 먹고살았던 온라인매체 간 이종결합은 비극이었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12월 4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뉴스위크는 지난해 이맘때쯤 종이판 발행을 중단하고 인터넷으로만 기사를 제공하는 온라인매체로 전환했다. 그 사이 오디오 재벌은 손을 털고 나갔고, 뉴스위크는 작은 디지털 업체에 다시 팔렸다.

한국일보는 5일자에 <온라인 전환했던 뉴스위크, 다시 종이판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국제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뉴스위크의 종이매체 재전환은 디지털 첨단과학 문명에 치여 고군분투하던 종이매체들에겐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뉴스위크는 10만부 정도로 내년 초부터 재발행에 들어간다. 전성기 때에 비하면 30분의 1에 불과하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공급과잉처럼 단지 판매부수가 많다고 좋은 신문인 건 아니다. 미국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300만부를 찍어 내지만 정작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문은 그보다 10분의 1도 안 되는 독자를 가진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이다.

한국인들은 정보통신기술의 힘을 믿고, 휴대폰 하나로 전 세계 뉴스를 다 볼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산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안에서 작업하면서도 뉴스를 보고 서울에 있는 동료들과 페이스북이나 트위트로 소통하는 것쯤은 예사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정작 옆자리에 있는 동료들과는 소통하지 않는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뉴스를 접한다. 온라인을 통해 마구 쏟아지는 뉴스가 과연 뉴스일까.

어떤 연예인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는지 하는 뉴스 아닌 뉴스들이 온라인 뉴스공간을 장악한 상태에서 정작 뉴스 같은 뉴스는 종적을 감췄다.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 직원이었던 스노든의 폭로문건을 실었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편집장은 자기 회사 기자들이 정보기관의 감시에 시달려 인터넷 접속도 끊어 놓고 일한다고 말했다. 가디언 편집장은 미국과 영국의 정부기관으로부터도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한국일보 5일 14면)

어쩌면 우리는 ‘대변인의 대변인’이 돼 버린 오늘날 기자인 척하는 홍보실 직원들이 쏟아내는 쓰레기 정보더미에 둘러싸여 서서히 질식당해 가는 건 아닐까.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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