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그룹 노사전략 문건 공개와 삼성전자서비스 고 최종범씨의 자살로 삼성 노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출범한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준비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세 편의 기고글을 보내 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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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경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을 경영철학으로 공공연히 내세우는 기업이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은 헌법 제33조에 규정된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사상이기 때문에 경영철학이 돼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불온한 사상이다. 무노조 경영을 노동자 의사에 반해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노조법을 위반하는 범죄행위가 될 뿐이다. 그런데 삼성그룹은 노조를 적으로 간주하고 파괴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근 폭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노조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조기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사실 노조파괴 전략을 세우는 것 자체가 실정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이를 실행할 경우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은 전략에 그치지 않고 전략을 실행에 옮겼고, 지금도 옮기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만든 금속노조 삼성지회가 그 피해자다. 삼성지회 간부들은 노조설립 과정에서 일상적인 미행·감시 등 사찰에 시달렸다. 문건에는 요주의 인물을 지속적으로 채증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실행한 것이다. 또한 문건에는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100과 사전’으로 만드는 정책이 소개돼 있다. 100과 사전에는 “개인취향, 사내지인, 자산, 주량 등”이 조사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건에서 삼성은 지금도 “꼼꼼히 파일링해 활용 중”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타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에 대해 삼성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그야말로 야만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내용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삼성은 직원들 개인의 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이용해 노조설립·활동 차단이라는 부정한 목적에 활용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삼성은 불법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와 동향을 근거로 사내인력들을 재분류해 '문제인력'과 '사내건전인력'으로 나누고 있다. 문제인력이란 평소 입바른 말을 잘한다거나 권리의식이 강해 노조를 만들 것으로 의심되는 인원을 말한다. 반대로 사내건전인력은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인원이다. 삼성은 사내건전인력을 다시 분류해 노조탄압 역할을 부여했다. '방호인력'은 “외부세력 사업장 침투시 방호에 동원”, '여론주도인력'은 “조직 내 집단 불만 및 노조설립 징후 파악”, '노조활동 대응인력'은 "대자보 철거 등 사내조합 활동 방해, 회사 우호적 활동 전개"라고 문건에 명시돼 있다.

삼성지회 사례를 보면 조합원들이 동료사원들의 기숙사 앞에서 노조 홍보물을 나눠 주자, 삼성 직원 및 경비원들이 몰려와서 이를 저지하고 유인물을 빼앗아 눈앞에서 찢고 공중에 뿌려 버리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처럼 '사내건전인력'이 노조탄압 역할을 실제 수행하고 있는 사례는 노조활동 과정에서 다수 발견됐다. 그리고 문건에서는 '문제인력'들을 지속적으로 채증하고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설립 과정에서 문제인력에 대한 비위사실을 공개해 징계하고, 해고하고, 나아가 민형사상 소송으로 괴롭히라는 내용도 있다. 이 내용도 그대로 실행됐다. 삼성지회 조합원들은 전원이 징계받거나 해고됐고, 민형사상 소송에 걸려 있다.

한편 삼성은 문건에서 '친사노조·PU(유령노조)·알박기 노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민주노조가 설립될 경우 어용노조로 대응하라는 전략을 세웠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신규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용·알박기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삼성지회 설립 직전인 2011년 6월20일 친사노조를 설립해 같은달 29일 엉터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최근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 부당노동행위를 가하고 있다. 노조가 설립된 직후에는 협력업체 사장들이 본사의 지시를 받아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뿐만 아니라 성수기가 지나자 조합원들에 대한 노골적 ‘일감 빼앗기’와 ‘표적감사’를 실시했다. 처리건당 수수료가 임금이 되는 기형적 임금체계에서 일하고 있는 서비스 기사들에게 일감 빼앗기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협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이례적으로 전국적 규모로 실시된 감사의 경우 감사 대상 중 조합원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악의적인 표적감사가 아닐 수 없다. '조기 와해'에 실패했으니 '고사화' 단계를 실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삼성의 노조탄압·파괴행위들은 모두 노조법을 위반한 범죄다. 노조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고, 노조 가입 또는 조직에 대해 불이익 취급하는 부당노동행위다.

우리는 삼성이라는 이름 앞에 너무나 많은 것을 양보하고 용인해 왔다. 삼성에 요구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라는 것이다. 헌법도 법률도, 인권도 삼성 문턱에서는 멈춰 버리는 세상은 정상적이지 않다. 법과 인권을 존중하는 삼성, 노조를 인정함으로써 노동자·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 삼성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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