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정부가 올해 6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뒤 승강기안전기술원은 정규직을 상대로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인사상 불이익이 생길 것 같다", "시간제로 갔다가 다시 전환제로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하다", "현장직들과의 업무 연관성 때문에 실제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기술원은 5시간(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자들을 신규로 채용했다. 이들 또한 계약서와 달리 오후 4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문제가 벌어졌다. 현장직들과의 업무 연관성에 의해 실제 두세 시간씩 연장근무를 했다. 하지만 시간제라는 이유로 연장수당을 받지 못했다.

김봉섭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 위원장은 "사실 우리 사업장은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할 이유가 별로 없다"며 "정부가 기관별로 몇 명씩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라고 가이드라인을 내린 탓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간제 일자리,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에 따라 공공부문에 시간제 일자리 채용을 할당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무고용 비율 할당에 앞서 사전연구와 준비, 시범실시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공공기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도입 효과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는 컨설팅을 통해 직무를 발굴하고 시간제 관련 취업규칙 규정·인사운영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을 뿐 그와 관련한 표준지침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미 공공기관에 자리 잡은 전일제 정규직 제도·관행에 대한 정책적 고려와 준비 없이 의무고용 할당만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성과는커녕 현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원방침은 물론이고 채용·인사·보수체계 등 각 기관에서 재설계해야 할 부분에 이르기까지 사전연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사정, 시간제 일자리 논의해야"

연구소가 지난달 노조 소속 9개 지부 조합원 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시간제 일자리 정책 시행을 앞둔 현장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 응답자의 78%는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와 관련해 인사고과·평가·승진 등 인사관리상 어려움을 꼽았다. 이들 중 85.6%는 "시간제 일자리 제도·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10명 중 9명(90.1%)은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할 때 노사협의를 통해 시간제와 전일제가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직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관별 제도를 설계할 경우 정부 지침이 아닌 각 기관이 자신들의 특성에 따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71.9%나 됐다.

유병홍 연구소 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들은 정부와 공공기관·노조 등 노사정 3자가 모여 시간제 일자리 관련 방침을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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