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노련

정부가 14일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재무건전성 제고를 이유로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부채가 많아 재무구조가 열악하거나 직원들의 복리후생·임금이 과다하다고 판단되는 20개 공공기관에 대해 임원 임금 삭감·복리후생 축소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4대강·자원개발·보금자리 주택정책 같이 정권 입맛에 따라 밀어붙인 사업으로 의해 발생한 부채의 책임까지 개별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오석 "민간기업이었다면 감원"=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조찬간담회에서 "이제 파티는 끝났다"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공공기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과거 정부에서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했고 일부 기관은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는 등 향후 정부에 큰 재정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민간기업이었더라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고 사업 구조조정이 수차례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 임원들의 보수체계를 조정하고, 직원 복리후생 수준을 점검해 과도할 경우 시정하도록 경영평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LH·수자원공사·철도공사·도로공사·철도시설공단·한국전력·가스공사·석유공사 등 12개 부채 상위기관에 대해 부채규모·원인을 공개하기로 했다. 부채관리 노력에 대한 경영평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부채관리 노력이 미흡할 경우 경영평가 성과급을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 "부채 빌미로 단협 개악" 우려=해당 기관 종사자들은 정부가 전임 정권에서 실패한 정책의 책임을 공공기관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금융노조·공공노련·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연맹·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조찬간담회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채의 원인은 정권 차원에 저지른 정책 실패와 인기유지를 위해 공공요금을 비정상적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동네북으로 만들어 정권의 개혁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부채를 빌미로 공공기관 단협 개악 등 노사관계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는 점도 노동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팀장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이 295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을 점검하고 방안을 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큰 기관을 먼저 타깃으로 삼아 단협을 손본 뒤, 작은 기관들은 알아서 (단협을) 수정하도록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다"며 "이에 대한 비판여론의 방패막이로 공공기관 부채를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동대책위는 19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간부결의대회를 열고, 다음달 초에는 국회에서 '공공기관 부채 누구의 책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