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늦가을 모란공원은 추웠다. 어김없이 사람들이 그 앞자릴 채웠다. 고개 숙였다. 노래했다. 저마다의 다짐을 마이크 잡아 풀어냈다. 기일이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낡은 유서 한 부분을 누군가 읊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스마트폰 속 유서를 또 누군가 읽었다. 달랐지만, 닮았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배고팠던 청년 노동자는 제 몸을 살랐다. 남은 동료는 향을 살랐다. 작업복 벗어 흉상을 감쌌다. 삼성과 싸우겠다고 그는 말했다. 꼭꼭 씹어 뱉던 그 말이 추상같았다. 초상 치를 일이 멀었다. 2013년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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