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학교치과병원지부

“사측의 편에서 일했던 제가 노조를 만들고서야 비정규직의 아픔을 알게 됐습니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억울하게 해고당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돌아오는 그날까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지난 2011년 9월 부산대학교치과병원이 부산대병원에서 법인분리하기 전에 권순길(39·사진) 보건의료노조 부산대치과병원지부 지부장은 총무계장으로 일했다. 부산대병원의 전체적인 업무를 지원하는 관리자였다. 노조 가입대상도 아니었고 노조활동에 관심도 없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 1월 부산대치과병원에 노조를 세웠다. 법인분리에 앞장서고 업무를 총괄했던 만큼 직원들의 복지를 챙겨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조가 생기자 몇몇 수당이 사라졌다. 이후 가입대상을 놓고 갈등을 겪던 와중에 3명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해고됐다. 권 지부장은 10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병원을 떠나던 조합원들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며 “조합원들이 병원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본지 11월6일자 13면 '부산대치과병원 임단협 합의서 쓰고도 조인식 거부' 참조>

노조 결성 후 사라진 노동절 수당

부산대치과병원장은 법인분리를 추진하며 직원들에게 부산대병원보다 더 나은 복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부산대병원에 노조가 결성되면서 두 기관 간 근로조건에 격차가 벌어졌다. 권 지부장은 법인분리 업무를 총괄했던 실무자로서 책임감을 느꼈고, 올해 1월 노조를 조직했다. 그런데 노조 결성 뒤 지난해까지 지급되던 노동절 수당(5만원)이 사라졌다. 추석 선물비(3만원)·동아리 활동지원비(2만원)도 마찬가지였다.

권 지부장은 “병원은 노조가 생긴 이후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예산에 잡혀 있는 수당 지급도 거부하고 있다”며 “노조활동에 대한 압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부는 3월부터 병원과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했다. 조합원 가입범위가 쟁점이었다. 노사는 지부의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 지침에 따라 단협에 별도로 조합원 가입범위를 명시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대신 본원인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의 조합원 가입범위를 준용하기로 하고 9월4일 임단협에 합의했다. 하지만 병원은 돌연 “(부산대병원에서는 허용하는) 전산·홍보도 가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지부가 이를 거부하자 사측은 예정된 조인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지부 조합원이었던 비정규직 3명이 재계약을 앞두고 해고됐다.

“해고된 조합원 중 한 명은 파견직으로 24개월·계약직으로 24개월 등 4년을 일했고 병원 스스로가 모범직원이라고 상까지 준 인물이에요. 병원이 '비정규직 조합원에게는 재계약은 없다'는 식의 본보기를 보인 겁니다.”

“취업규칙 멋대로 변경, 비정규직 조합원 해고”

반면 병원은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5명을 채용 6개월 만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권 지부장은 이를 노조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사측에 항의했다. 그러자 “취업규칙이 변경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부가 다시 "의결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병원은 이를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확인한 내용은 가관이었습니다. 병원이 4월 말 취업규칙을 고쳐 올해 1월1일 이후 입사한 공채계약직에 한해서만 6개월 만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더군요. 이들은 노조가 결성된 이후인 올해 3월에 입사했어요. 병원이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한 것이죠."

병원은 3월 임단협 교섭에 앞서 노조와 합의했던 조합비 체크오프(조합비 공제)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권 지부장은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심정으로 조합비를 따로 걷지 않고 있다. 현재 자기 돈을 들여 지부를 운영한다. 통장은 어느새 마이너스가 됐다.

“병원이 조합원 명부를 주면 체크오프를 해 주겠다고 하더니 약속을 안 지키고 노조탈퇴 압박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전산파트 조합원 한 명이 3월 중순 병원을 그만뒀어요. 상사가 노조 탈퇴를 압박했답니다. 또 볼링동호회 회원들이 대부분 조합원인데요. 한 관리자가 조합원에게 ‘노조활동 온상지’라며 취미활동도 못하게 했답니다.”

권 지부장은 이달 6일 병원을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취업규칙을 병원 마음대로 변경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부는 같은날 조합원 총회를 열고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를 만든 것에 조금의 후회도 없습니다. 전체 직원 60여명 중 52명이 조합원입니다. 조합원들도 굳건하고, 명분이 분명한 만큼 버티면 이기는 싸움이에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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