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제시한 논리와 절차 모두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법률전문가들의 해석이 쏟아졌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긴급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TF'까지 꾸렸다고 하는데, 위헌정당 규정에 필요한 법적 요건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통합진보당이 민주주의 체제에 어떤 위협을 야기하는지 객관적인 근거 없이 해석만으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의 위헌성이 소명됐다”며 제시한 혁명조직 RO의 내란음모와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RO와 통합진보당의 관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소명이 아닌 소설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절차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당해산은 대통령이 직접 여론을 수렴하고 헌법적 검토를 수행·집행해야 할 중대사안인데도, 대통령이 외유 중 간략한 보고와 전자결재로 졸속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토론자들은 법무부가 문제 삼은 통합진보당 당헌의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도 위헌정당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희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뿐만 아니라 여운형도 사용했고,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친 미국 정치사상가 허버트 크롤리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며 “현재 미국 시민단체(The American Institute for Progressive Democracy)의 이름도 진보적 민주주의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란 용어를 북한에서 사용했다고 문제 삼는 것은 참새를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화 변호사(민변)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공안몰이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으로 정당성이 상실된 상황에서 레드콤플렉스를 이용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 권위주의로의 회귀"라고 평가했다. 김 실행위원은 "권력에 의한 오남용의 여지를 막기 위해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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