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직원을 금감원 2층 대강당으로 불러 모았다. 예고에 없던 특별조회였다. 최 원장이 이날 특별조회를 연 이유는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우리 조직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말한 “현 상황”은 동양사태를 뜻한다. 최 원장의 발언 강도는 셌다.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금감원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저축은행 사태로 땅에 떨어진 금감원의 위상이 동양사태로 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을 했을 것이다.

부실 저축은행이 후순위채를 판매하는 것을 방치하는 바람에 수많은 피해자를 냈던 저축은행 사태는 동양증권이 계열사 부실을 회사채·기업어음(CP)으로 개인투자자에게 떠넘기면서 발생한 동양사태로 반복됐다. 두 사태의 발생 방식이나 그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보여 준 무능력은 국회나 시민사회단체·학계·소비자단체의 공통적인 비판 지점이다.

그가 “금융시장에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문제해결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금융시장의 안정성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한 진단은 옳다. 문제는 동양사태에서 보듯 금감원이 위험신호를 감지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금감원이 2008년 10월 동양증권의 CP 판매 문제를 파악해 2011년 말까지 규모를 줄이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은 2011년 동양증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지난해 7월에야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하자고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최 원장이 이날 조회에서 “동양사태는 대주주의 탐욕과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금융법질서 훼손과 금융윤리 결여의 단면을 보여 준 대표적 사건“이라며 “금융권이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억울함의 표현일 터다. 하지만 규정 개정이 올해 4월 착수된 것을 보면 최 원장이 문제를 금융회사 잘못으로 돌릴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금감원은 동양증권의 지시거부를 보고도 1년을 허송세월했고, 금융위도 금감원의 보고를 받고 다시 1년을 허비했으니 말이다.

결국 금융위를 해체해 금감원이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금융감독을 하게 하고, 별도로 독립적인 소비자보호기구를 설치하자는 금융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동양사태의 해법이 보인다. “금융법질서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의 관용 없이 엄정하게 조치하라”는 아랫것(금융회사)들에게 치도곤을 놓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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